“트럼프 대응해야 하는데”…탄핵정국 속 통상대응 위기

“민관 리더십 부재”, “미국 정책 결정 후 뒤바꾸긴 힘들 것” 우려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야 하는 정부의 통상외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와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까지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대미 통상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 폭탄’과 ‘보조금 폐지’ 등 예상되는 무역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뛰어왔던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상계엄 해제 찬성한 여당 의원 부르는 야당
비상계엄 해제 찬성한 여당 의원 부르는 야당

트럼프 1기가 출범했던 2017년 1월 한국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권 탄핵정국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한 달 만인 2017년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실무진 간 협의에도 없었던 ‘한미FTA 재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미 철강수출에 쿼터를 부여한 철강 232조 조치는 이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트럼프 2기는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통상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전까지 세계 각국도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룰 협상 등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된 한국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된 한국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호주, 중국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할 보호무역 성격의 조치와 법령 개정 등에 자국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한국이 한발 늦게 되면 나중에 입장을 반영하거나 미국과 논의할 때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며 “12월과 내년 1월에 트럼프 2기 출범 전 현안을 추진하지 못하게 될 경우 큰 부정적인 효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통상 대응 그림을 갖고 있어도 최종적인 결정권자가 승인을 해줘야 한다”며 “(실무선에서)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잡아먹고, 그 사이 미국은 정책 골격을 다 잡으면 나중에 바꾸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을 봤을 때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완전히 급소가 물린 것”이라며 “협상의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흔들리니 책임을 갖고 통상 대응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경제 문제는 풀어갈 필요가 있다. 미국도 정치적으로 여러 위기를 경험했지만 잘 극복했듯이 한국도 그럴 것”이라며 “경제통상의 협상에서는 당당하게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