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터넷 신문 대신 카톡방 만들었다?

한인회 “비판기사 대응위해 인터넷 신문 설립 추진했다”

인터넷 신문 대신 개설한 단톡방은 때아닌 소유권 다툼

“진입장벽 낮다”며 우후죽순 관심…바른 언론관 아쉬워

최근 개설 및 운영주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애틀랜타 한인사회 최대 단체카톡방(단톡방, 관련기사 링크)이 인터넷 신문사 대신 개설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이홍기 한인회장과 단톡방 운영자인 대니얼 성씨 사이에는 현재 여러 이견이 있지만 한가지 공통된 주장은 “일부의 비판 기사에 대응하기 위해 단톡방을 개설했다”는 것이다. 특히 비판 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인터넷 신문을 만들려다 이에 대한 비난을 우려해 우회적으로 단톡방을 만들었다는 대목은 이들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당한 비판 기사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반박 증거를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갖거나 반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인터넷 신문을 만들어 역공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인 발상이다. 그래도 신문사까지 운영하다 적발되면 더 큰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점을 의식했는지 대신 단톡방을 만든 모양인데 이 또한 정상적인 생각은 아니다.

물론 이같은 구상을 한 배경에는 지역 인터넷 언론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한 원로 단체장은 최근 기자에게 “기자는 자격 시험 같은게 없느냐”고 물었다. 한인사회의 각종 행사에 얼굴을 비치며 인터넷 신문사 대표기자라며 명함을 내밀지만 오피니언 기사는 커녕 트렌드 분석기사 한줄 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쇄비와 종잇값, 전파사용료 등이 안들어 비용장벽이 낮다고 생각한 탓인지 도저히 기자라고 봐줄 수 없는 사람들도 신문사를 하는데 한인회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익단체, 그것도 한인사회를 대표하다는 한인회가 비판 기사를 덮기 위해 자체적인 언론사를 운영하게 되면 공정한 보도 대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프로파간다(선전)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 그 대안으로 선택한 단톡방도 여러 폐해를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실시간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여과없이 확산되는 인신 공격과 가짜 뉴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보의 단톡방 관련 기사가 보도된 후 한 한인은 “이같은 단톡방은 방폭(단톡방 폭파)을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해당 단톡방을 추후 인터넷 신문사로 전환하고 결국 조지아텍 학생회 사이트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키운다는 계획까지 논의됐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힌 일이다. 단톡방 운영 경험으로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면 미주 한인사회에는 수천개의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오산’이 언론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인 언론계도 맡은 소명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이다.

이상연 대표기자

대니얼 성씨가 이홍기 회장에게 보낸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