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이상덕 총장 동포간담회에 초청조차 안해
동남부연합회, 노인회도 ‘패싱’…이홍기씨 사퇴가 해법
“애틀랜타에 한인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죠”
지난 5일 둘루스 귀넷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한국 재외동포청 주최 ‘제23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성공을 위한 동포-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한인 인사가 한 말이다.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하는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 이홍기씨를 비롯한 애틀랜타한인회 관계자는 누구도 초청받지 못했다. 동남부한인회연합회와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한인상공회의소 등 다른 주요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초청됐지만 한인 대표단체라는 애틀랜타한인회는 제외된 것이다.
출범 3년째를 재외동포청 수장과 관계자들이 애틀랜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오는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한인비즈니스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국 정부가 한인사회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공금 유용이 드러났는데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홍기씨 탓에 한인회에 대한 ‘패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한인회와 공동 신년하례식을 열고 있는 동남부한인회연합회는 올해 독자적으로 신년 행사를 열었다. 반면 한인회는 다른 단체들이 한인회와의 공동행사를 기피한데다 재정까지 바닥을 드러내 올해 신년회를 열지 못했다.
또한 애틀랜타한인회관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애틀랜타한인노인회는 최근 열린 신임 회장 취임식에 한인회장을 초청하지 않았다. 노인회 관계자는 “이홍기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한인회와는 거리를 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실상 ‘식물 한인회’로 전락한 상황에서도 한인회는 무모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귀넷카운티 고등법원에서는 한인회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이홍기씨의 첫 법정심리가 열렸다.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은 비대위가 맞지만 사실 이홍기씨의 거짓말과 재정자료 은폐가 자초한 법적 다툼이다. 비대위가 요구한 것은 한인회의 계좌 거래내역이었고, 한인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인 한인회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자료였다.
이홍기씨는 갖가지 이유로 계좌와 회계자료 공개를 거부해 왔으며 이날 애틀랜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는 “재정에 대한 감사를 받기 위해 회계법인 3곳을 찾아갔지만 모두 바쁘다며 맡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홍기씨는 지난해 8월 기자에게 “한인 모두가 인정할만한 유명 회계법인에서 한인회 회계를 감사했고, 감사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었다.
이홍기씨 측은 이날 심리에서 비대위 측에 변호사 비용을 물어달라고 요청했지만 판사는 이를 즉시 기각했다. 1만달러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인회의 변호사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이홍기씨를 지원했던 한인 원로들조차 “(이홍기씨가) 자진 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꾸려 한인회를 정상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달 수천달러의 사비를 들여 한인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홍기씨가 자신이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상연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