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화재 사건으로 ‘한국식 경영’의 민낯 낱낱이 드러나
피해 업주 “이어진 거짓말에 결국 대형 화재…거래 조심해야”
재판과정서 각종 증거 훼손 의혹…변호인 측 “기업문화 심각”
조지아주 커머스에 위치한 SK배터리 아메리카가 인근 산업폐기물 재활용 업체 메트로 사이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건과 관련해 최근 3100만 달러의 합의금 지급에 합의했지만 피해업체 측은 여전히 SK배터리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지역사회에 “이 기업과의 거래를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 SK배터리, 법적소송 중 증거 훼손 의혹
메트로 사이트의 소유주 스콧 레드포드는 지역 주민들에게 SK배터리의 안전하지 않은 관행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지난 24일 폭스5 애틀랜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사회가 이 회사와 거래할 때 조심해야 한다”며 “재판을 통해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이 밝혀지길 원했지만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뱅크스 카운티의 메트로 사이트는 SK배터리에서 수거한 폐기물 속에 포함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원인이 된 화재로 인해 재활용 센터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소송 과정에서 레드포드는 SK배터리가 불법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 자재와 섞어 수차례 자신의 시설에 보냈다고 호소했다. 그는 “SK배터리는 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 팩이나 기타 위험 물질을 취급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SK배터리 측이 매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을 해왔고 결국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화재는 결국 거대한 규모로 발생했고 진압을 위해 4일과 300만 갤런의 물이 필요했다. 레드포는 화재 후 잔해 속에서 SK배터리가 제조한 600개 이상의 배터리가 타버린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레드포드의 변호인들은 SK배터리가 재활용 센터에 불법으로 위험한 스크랩 배터리를 폐기했으며,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SK배터리가 내부 및 외부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파괴해 불법 폐기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숨겼다고 비난했다. SK배터리는 이에 대해 “요청된 모든 자료를 제공했다”며 증거 훼손 의혹을 부인했다.
◇ SK배터리 공장서도 빈번한 화재… “안전 불감증이 기업 문화”
폭스 5 애틀랜타가 입수한 소송 기록에 따르면 SK 배터리 공장에서는 지난 3년간 총 62건의 내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드포드의 변호인 측은 SK배터리 공장에서 불량 배터리(NG)로 인해 화재가 자주 발생했으며, 이러한 불량 배터리가 메트로 사이트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레드포드 측의 변호인인 앨린 스톡턴은 “이것이 바로 이 기업의 문화이며 지역 사회가 이 사건의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며 SK배터리의 안전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배터리 측은 “대부분이 실제 화재가 아닌 단순 연기경보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직원들에게 심각한 피해나 화상 사고를 초래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는 생산 폐기물 처리를 위한 ‘엄격한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며 “조지아주 지역 사회와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여기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배터리 측은 이번 합의에 대한 폭스 5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지만 대변인이 보낸 이메일을 통해 “양측이 사건을 마무리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해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메트로 사이트와 그 변호인단이 계속해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번 소송에서 SK배터리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금 2000만 달러와 불법 행위 관련 손해 배상금 11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31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SK배터리는 이번 합의를 통해 메트로 사이트가 사업을 재건하고 재출발하는 데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레드포드는 소송 합의금이 큰 금액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설이 안고 있는 부채와 재건축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남는 금액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액만 보면 미소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결국 피해를 복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지역사회 반응과 추가 소송
이번 합의로 SK배터리와 메트로 사이트 간의 민사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법적 분쟁은 계속 되고 있다.
뱅크스카운티 정부는 화재 진압에 막대한 정부 자원이 투입됐다며 SK배터리를 상대로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조지아주 환경보호국은 이번 사건을 조사한 후 SK배터리에게 3만3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편 SK배터리의 이전 사례들 또한 지역 사회의 불신과 이 기업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SK배터리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비밀 분쟁에서 증거파기 의혹을 받아 18억 달러에 합의한 사실이 소송 과정에서 조명된 데 이어 추가적인 내부 화재 사건도 보고됐기 때문이다.
SK배터리의 전직 안전관리 담당자는 서류 증언을 통해 “공장 내부에 불량 배터리(NG)가 대량으로 저장되며 정기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레드포드를 변호한 보 해쳇(Bo Hatchett)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SK배터리가 지역 경제에 일자리를 제공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지역 가족이 운영하던 소규모 사업체가 전소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해쳇은 SK배터리가 이번 화재 이후 안전 문제에 대해 상당한 변화를 이루었다고 믿는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