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국 전 회장 “외부기관 감사 받은 뒤 판단해야”
배기성 전 회장 “투명한 재정관리 위한 감시 필요”
애틀랜타한인회(회장 이홍기)의 한인회관 동파 보상 보험금 15만8000여달러 수령 은폐를 놓고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전직 한인회장들은 이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6일 오후 2시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비공개로 긴급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2008~2011년 28~29대 회장을 역임하며 한인사회를 한단계 성장시키고 주류사회와 연결하는 이른바 ‘다리놓는 한인회’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은종국 전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마디로 안타깝고 애틀랜타 한인사회 전체를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있어 전직 회장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은 전 회장은 한인회 사상 최초로 4년간 연임하면서도 재정 부족사태나 관련 문제를 한 번도 일으키지 않았다.
은 전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이홍기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려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진상 파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며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면서 “먼저 한인회와 독립된 제3의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보험금 수령과 사용 내역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직 회장단이 의결 기관이 아니어서 현직 회장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홍기 회장이 전직 회장단의 의견을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감사 결과 문제가 있을 경우 이홍기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문제가 없더라도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사기관의 조언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안페스티벌을 처음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페스티벌 대회장을 맡아 후원금을 전달하고 행사 성공에 기여했던 은 전 회장은 “한인회를 아끼고 사랑하며 봉사하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한 사람이나 그룹이 너무 오래 한인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아름답게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직 회장단 대표를 맡고 있는 배기성 전 회장(32대)은 “이홍기 회장의 정직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우선 한인사회에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를 이용해 확인되지도 않은 횡령 의혹을 발표하고 일방적으로 사퇴를 주장하는 것도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회 재정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16일 회의를 통해 매달 재정현황을 한인사회에 보고하고 전직 회장과 전문가의 관리를 받도록 이홍기 회장에게 강력히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배 전 회장은 “사실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한인회를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고 비판만 해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전직 회장의 한 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한인회를 뒤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며 다른 전직 회장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백규 전 회장과 전 관리위원회 멤버들은 지난 13일 모임을 갖고 이홍기 회장의 책임을 묻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모임에서는 한인회의 재정 문제를 연방 국세청(IRS)에 제기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한인사회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이홍기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인 회계사는 “한인회가 아직 2023년 세금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추후 보고를 할 때 해당 보험금을 수입으로 표시하고 해당 보험금의 지출 내역을 정확히 신고해야 한다”면서 “만약 세금 보고에서 보험금 수령 사실을 숨겼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수입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인 신고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보험금 수령 사실을 이사회의 정기 재정보고에서 누락하고 은폐한 사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해당 단체의 정관에 따라 이사회가 책임자의 해임이나 문책을 의결할 수 있겠지만 IRS나 세무 당국이 관여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