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표적 악법 ‘홍준표법’ 드디어 폐지

선천적 복수국적 지닌 한인 2세 겨냥…미국 차세대에 특히 문제

원정출산 막는다며 모든 차세대 발목잡아…대체 입법에 기대감

지난 24일(한국시간) 한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판결(본보 단독기사 링크)을 받아 폐지가 확정된 한국 국적법의 선천적 복수국적자 관련 조항은 일명 ‘홍준표법’이라고 불린다.

지난 2005년 당시 홍준표 국회의원이 원정출산에 의한 국적 이탈을 제한해야 한다며 국적법 가운데 해당 조항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의 취지는 “원정출산자, 즉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18세가 되는 해 3월 말 이전이라도 병역이 해소된 경우에만 국적이탈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미국에서 한국 국적을 지닌 부모에게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 모두에게 적용되면서 ‘홍준표법’은 모든 미국내 한인 차세대들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악법이 되고 말았다.

이번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전종준 변호사는 한 토론회에서 “홍준표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이 미국 공직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사관학교 입학이나 공직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신원조회를 하는데 복수국적을 갖고 있거나 가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면서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국적 포기와는 상관없이 신원조회에서 늘 이 질문에 표기를 해야 하며 이로 인해 보직이나 진급에 있어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18세가 되는 해 3월이 지나면 병역의무가 해소되는 37세가 될때까지 20년 가까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한 부분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미국에서 취업하려는 한인 2세들이 자신도 모른 채 갖게 된 선천적 복수국적 때문에 피해를 받지만 일정 시기를 놓치면 20년간 이를 구제받지 못하는 것은 전형적인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병무청과 법무부 등은 그동안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개정 국적법은 병역기피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18세의 3월이 지났더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고, 입영의무 등이 해소되는 만 37세가 지나면 국적이탈을 할 수 있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펼쳐왔다.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하고 24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홍준표법’이 폐지돼 앞으로 새로운 입법 내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종준 변호사는 “우선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와 무관한 선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18세가 되면 한국국적 자동 말소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한 홍준표법 등으로 사라진 1998년 대통령 시행령을 새롭게 입법화하는 것이 선천적 복수국적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홍준표법 제정이후 삭제된 대통령 시행령 16조에 따라 대한민국 호적에 입적된 남자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국적이탈이 가능하도록 했고, 호적에 올리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의무와 무관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전종준 변호사/myusv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