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인-유튜버가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가짜뉴스 핵심 역할
한국 JTBC ‘애틀랜타 커넥션’ 보도…클릭 늘리기 ‘코인팔이’ 비판
24일 한국 JTBC 방송의 메인 뉴스 제목은 ‘캡틴 아메리카 다음에 트럼프 밀사? 뉴스로 둔갑한 음모론’이다.
한국 극우매체 ‘스카이데일리’가 퍼뜨린 ‘계엄 당일 선관위 연수원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보도와 관련해 ‘애틀랜타 한인 커넥션’을 취재해 보도한 것이다.
JTBC 뉴스에 따르면 미군 블랙요원을 사칭한 사기범에 속아 보도된 해당 기사는 애틀랜타 중앙일보 출신의 허겸씨가 작성했고, 애틀랜타 한인 유튜브 채널 ‘NNP 뉴스’과 애틀랜타 한인 유진유씨(유진철 전 동남부한인회연합회장)가 이 가짜뉴스 보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JTBC 뉴스에서 언급된 ‘트럼프 밀사’는 유진유씨를 가리키며 유씨가 ‘중국인 간첩 99명의 체포 상황을 한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견한 밀사’라는 것이 스카이데일리 허겸씨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뉴스에 등장한 유씨는 기자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를 묻자 “놀러갔다 왔어요”라고 답했고, 기자가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밀사 역할 여부를 묻자 “전화 끊습니다”라며 대화를 중단했다.
본보의 확인 결과 유씨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 정치인은 만나지 않았다. 이런 유씨가 어떻게 스카이데일리의 가짜뉴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로 둔갑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애틀랜타 한인 유튜브 채널 ‘NNP뉴스’의 방송 내용이 스카이데일리에 의해 인용됐기 때문이다.
NNP뉴스는 유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유씨가 트럼프 대통령의 밀사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실제 유씨는 스카이데일리의 보도 전날인 지난달 15일 NNP뉴스 채널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다(명령)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NNP뉴스의 이같은 방송 장면은 JTBC 뉴스는 물론 한국 여러 매체에 박제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허겸씨는 이어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 자문위원이라는 LA한인 김회창씨가 백악관 소식통에게 확인했다며 “미 국무부도 중국 간첩단 압송이 팩트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허씨가 이같은 보도를 한 근거도 역시 애틀랜타 유튜브 채널 NNP뉴스다.
허씨는 아예 자신의 기사에 “먼저 김씨와 통화한 NNP뉴스 홍성구 대표가 이같은 사실을 전해왔다”면서 “홍성구 대표는 김씨의 백악관 소식통이 누구인지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알려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회창씨가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내각급 자문위원은 기부금 10달러만 내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 명예직이다. 애틀랜타 유튜버가 누군가를 ‘백악관 소식통’으로 포장해 방송을 하면, 이를 스카이데일리가 한국에 중계했던 것이다.
JTBC 뉴스는 NNP뉴스 채널이 ‘차기 FBI 국장 인준으로 중국 간첩 체포설 공개가 가까워 온다’고 주장한 화면도 캡처해 보도했다.
NNP뉴스는 이처럼 지속적으로 스카이데일리 가짜뉴스에 소스를 제공하고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다 지난 18일 갑자기 “스카이데일리의 특종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돌변한 태도를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보도가 미군 블랙 정보요원을 사칭한 안병희라는 인물에 의해 날조돼 제공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다.
JTBC는 NNP뉴스와 유진유씨, 스카이데일리의 가짜뉴스 커넥션을 보도하며 “극우 매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등에 떠도는 음모론을 가공해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게 꾸미면서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클릭 수와 구독자 수익을 올리기 위한 유튜버들의 이른바 ‘코인팔이’가 지속되는 한 가짜뉴스는 계속 재생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