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마을에서 사고로 짝을 잃은 백조가 슬픔에 잠겨 도로를 방황하다가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구조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소도시 데비지스 연못에 살던 백조 찰리는 지난 달 24일 불의의 사고로 2년 넘게 함께한 짝 카산드라를 잃었다.
잔디밭에서 피를 흘린 채 발견된 카산드라는 인근 보도에 머리를 부딪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찰리와 카산드라에게 먹이를 주며 돌봐 온 마을 주민 샐리 노세다(74)는 이날 비가 내렸다며 카산드라가 도로에 고인 물을 보고 연못으로 착각해 입수하려고 하다 머리를 부딪힌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는 게 백조.
찰리는 카산드라의 죽음에 “다리를 떨며 큰 충격에 빠진 것 같았다”고 노세다는 전했다.
다음 날부터 찰리는 거의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날마다 연못 밖으로 나와 마을 곳곳을 울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가 차에 치일까 걱정된 주민들은 구조 단체 ‘스완 서포트’ 측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인력이 부족해 당장은 구조에 나설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노세다와 이웃들은 ‘찰리 감시 그룹’을 만들어 수시로 찰리의 위치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그가 연못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데려다줬다.
일주일간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던 찰리는 지난 2일 구조 요원과 주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구조 당시 그는 살던 연못에서 4㎞가량 떨어진 도로에서 다친 채로 발견됐다.
찰리는 인근 야생동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며 현재 스완 서포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스완 서포트 직원 웬디 허몬은 그가 “5성급 돌봄을 받고 있다”며 아직 부상을 치료 중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로 보인다고 WP에 전했다.
허몬은 백조들이 보통 3월에 짝짓기하기 때문에 찰리가 유달리 슬퍼하며 방황한 것이 호르몬의 영향이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찰리가 수일 내로 부상에서 회복하는 대로 백조 무리가 사는 야생으로 되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 노세다는 WP에 찰리가 새 서식지에서도 잘 적응하길 바란다며 “그가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진 뒤 다시 새로운 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