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 팬데믹 과열 끝 ‘역전현상’ 본격화
미국 주택 시장이 팬데믹 시기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 공급 초과와 수요 감소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3배 이상 많은 역사적 수급 불균형 현상이 관측됐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Redfi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미국 전역에서 구매자보다 약 50만 채 더 많은 주택이 시장에 등록되며 2013년 이후 가장 큰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매물은 쌓이고 가격 조정 압력도 커지고 있다.
가장 뚜렷한 양상은 남부 도시들에서 감지된다. 마이애미에서는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3배 이상 많았고, 애틀랜타, 오스틴, 피닉스, 탬파 등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중해진 구매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향후 몇 달 간 주택 가격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팬데믹 이후 수년간 급등했던 미국 집값은 이제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ICE(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4월의 2% 상승률보다 둔화된 수치이며, 100대 대도시 중 24개 지역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가격 하락 지역 다수는 팬데믹 동안 주택 가치가 급등하며 입찰 경쟁이 치열했던 선벨트(Sunbelt) 지역에 집중됐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내 주택 수요가 여전히 위축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레드핀의 첸 자오 경제연구 책임자는 “미국 집값은 여전히 너무 높아 수요 회복은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 낮은 모기지 금리에 묶여있던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최근 매물 증가는 집을 팔아야 하는 ‘필요 기반’ 매도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직장 이동, 출산, 이사 등 생활 환경 변화로 인해 매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들이 주요 배경이다.
한편, 현재 미국의 평균 모기지 금리는 여전히 6.5%를 웃돌고 있어, 신규 구매자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업계는 “주택 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일부 지역의 가격 조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