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까지 번진 산불…내일 비 예보에 기대

산청군, 추가 주민 대피령 발령…험준한 지형으로 지리산 인력 투입은 신중

경남 산청에서 시작돼 하동까지 번진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불이 지리산 국립공원 일부 지역까지 확산되며 진화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강풍에 의해 불씨가 사방으로 날리는 비화(飛火) 현상이 이어지며 산림당국은 진화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오후 6시 기준 산불 진화율은 77%로, 이날 오전 80%보다 오히려 다소 낮아졌다. 산림당국은 헬기 18대와 인력 1900여 명, 차량 235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험준한 산악 지형과 강한 바람 탓에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산불은 시천면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일부로 번졌고, 이에 따라 산청군은 시천면 중산리와 삼장면 4개 마을 주민들에게 추가 대피령을 내렸다. 헬기는 일몰과 함께 철수했으며, 진화 인력과 차량은 민가 주변에 배치돼 밤새 확산 저지에 나선다.

문제는 산불이 접근한 지리산 구역의 지형이 가파르고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당국은 인명 피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력 투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산불이 번진 영향 구역은 1,708헥타르에 달하며, 전체 화선은 약 64km로 이 중 14.5km가 아직 진화되지 않은 상태다.

다행히 27일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돼 있어 진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상청은 경남 지역에 5~2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비가 많지는 않지만 불길을 잡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낮 동안 주불 진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한 산청과 하동에서 총 941가구, 1573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으며, 주택 28채, 공장과 종교시설 등 총 72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엿새째인 26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일대 야산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