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사칭 보이스피싱에 100만불 송금

AI 영상통화까지 동원…30대 아시안 여성 거액 피해

워싱턴주 시애틀 한인타운 벨뷰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30대 여성이 ‘중국 공안’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무려 100만 달러를 송금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같은 방식의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대부분 20~30대의 젊은층, 특히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벨뷰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해외 범죄 연루 혐의로 신분이 도용됐다며 “체포를 피하려면 당장 돈을 송금해야 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사기범은 실제 정부 기관처럼 행동하며, 이름과 출입국 정보, 범죄 기록 등을 줄줄이 읊었고, 피해자의 극심한 불안감을 자극했다.

사기범들은 단순한 음성 통화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AI(인공지능) 기술로 조작된 영상통화를 통해 가짜 수사관의 얼굴과 가공된 공문을 보여주며 피해자의 신뢰를 얻었다. 결국 피해 여성은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송금을 진행했고, 최종 피해액은 100만 달러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 외에도 31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피해 사례가 최소 4건 이상 더 접수된 상태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5세에서 36세 사이의 젊은층이며, 가상화폐 계좌 개설, 실시간 위치 보고, 세금신고서와 지문 정보 제출 등 극단적인 요구에 시달리며 사기범들의 지시에 순응했다.

이처럼 정교해진 보이스피싱은 단순 전화를 넘어 스카이프 영상 통화, 가짜 공문, 음성 자동 안내 시스템(ARS)까지 동원돼 실제 정부기관의 연락처럼 느껴지도록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 한 피해자는 “체포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뷰 경찰은 “범죄 연루를 피하려면 돈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100% 사기”라고 강조하며, 특히 ‘즉시 행동하라’, ‘경찰에 알리지 마라’, ‘기프트카드나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라’는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워싱턴주 전역에서는 ‘DMV(차량관리국) 벌금 고지서를 사칭한 문자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시애틀 차량관리국’ 명의로 가짜 링크를 전송해 벌금을 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링크를 클릭하면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정부 사이트로 연결되며, 결국 금전적 피해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고, 미국 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점”이라며, “지인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실제 정부 기관을 사칭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 정보를 넘기지 말고, 무조건 의심부터 할 것”을 조언했다.

사기 피해가 의심될 경우 경찰이나 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www.ic3.gov)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본보 제휴사 시애틀 N 제공

DMV 사칭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