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프 주지사, 소송 개혁안 2건 서명… 보험료 인하 vs.정의 실현 방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지난 21일 민사소송 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소위 ‘소송 개혁(tort reform)’ 법안 2건에 서명했다.
켐프 주지사는 이 법안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와 정의 실현의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날 켐프 주지사는 “이번 개혁은 2년 전부터 준비된 작업의 결실”이라며 “조지아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지아 내 보험료는 급격히 인상돼, 사업체들은 수천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기본 보험료 부담을 안고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날 서명한 주요 법안은 사업체와 부동산 소유주가 제3자에 의한 범죄나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준을 높였다. 그로 인해 보험사는 손해 예측이 쉬워지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험료가 3~5%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존 킹 조지아 화재·보험장관은 “이 법이 통과됨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인하 요청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와 인권 변호사들은 이번 법이 사실상 피해자의 법적 대응을 차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지아텍 수영부 출신이자 ROTC 학생이었던 크리스토퍼 무라드는 과거 강도 사건으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3년 간의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
그는 WSB-TV와의 인터뷰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법안은 그런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상해 전문 변호사 알렉스 웨더비는 “이 법은 사실상 ‘부주의한 보안’에 대한 소송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법률적으로 넘기 힘든 매우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30피트 높이의 높이뛰기처럼, 이론상 가능할 뿐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비유했다.
법안에는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예외 조항이 포함됐지만, 웨더비는 “오히려 그 조항이 법안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성폭력, 살인 피해자는 어떡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켐프 주지사는 피해자가 여전히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며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배상을 받는 것이 마땅하며, 이번 법안은 그러한 권리를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안은 기업과 보험사, 그리고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비용 절감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범죄 피해자나 취약 계층에게는 법적 구제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켐프 주지사는 “지나치게 남용된 소송 시스템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도입하는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시민단체와 피해자 측에서는 이번 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