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중립’ 한인회가 “탄핵반대” 집회

16일 애틀랜타한인회관서 ‘비상계엄 옹호’ 행사 열려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애틀랜타한인회가 동포들의 성금으로 마련한 한인회관에서 버젓이 한국 정치집회를 열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애틀랜타한인회는 오는 16일 AKUS(한미연합회)와 이승만대통령기념사업회, 북미주자유수호연합, 안보협회, 장교동우회, 원로목사회, 월남참전전우회, 교회협의회, 예비역기독군인회, 화요기도회 등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구국 선언대회’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한인회 등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고유권한”이라며 “한미동맹 뒤흔드는 반국가 세력을 성토하며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행사에 참여한다고 소개된 단체 가운데 교회협의회나 장교동우회 등은 명확한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곳이다.

애틀랜타한인회 회칙 제4조에 따르면 한인회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으며 특정한 종교나 정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활동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극우성향의 일부 한인인사들은 각종 부정 의혹으로 ‘허수아비’ 수준으로 전락한 이홍기씨를 내세워 각종 정치 집회를 한인회관에서 열어왔다.

이날 행사는 공탁금 부정으로 당선된 이홍기씨의 재선을 도운 이재승 전 선관위원장의 사회로 열리며 이홍기씨의 개회선언과 유명화 순례자교회 목사의 개회 기도, 주중광 박사의 환영인사, 오대기 AKUS 애틀랜타지회장, 김기홍 전 안보단체협의회장, 김일홍 북미주자유수호연합회장의 찬조연설, 임석현 목사와 조중식 회장의 시국선언, 백성식 목사의 폐회선언 순서로 진행된다.

애틀랜타한인회가 이같은 행사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시민의소리 등 단체들은 물론 일반 한인들도 “엄정한 정치 중립을 지켜야할 한인회가 지극히 정치적이며 동시에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거나 “일부 극우인사들이 이홍기씨의 사퇴를 막은 이유가 이런 행사를 위한 것이냐”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상연 대표기자

행사 순서지.

정치 중립을 명시한 한인회칙.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