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부부, 피해자와 동포들이 잡았다

미국서 체포돼 한국 송환된 남영진-최현재 부부 사건 총정리

한국 대전에서 60억원대의 전세사기를 저지른 뒤 미국으로 도주한 뒤 2년간 도피생활을 하던 최현재(45), 남영진(49, 여) 부부가 결국 미국 연방당국에 체포왜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이들의 미국 도피생활 전반과 체포까지의 상황을 시간별로 정리해 소개한다.

◇ 2019년 4월 시작된 ‘간 큰’ 범죄행각

한국 대전에서 거주하던 최현재, 남영진 부부는 2019년 4월 자기자본 없이 금융권 대출과 임차보증금으로 한 다가구주택을 사들였다. 이 주택으로 이른바 ‘깡통전세’를 시작한 이들은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바탕으로 여러차례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으면서도 2023년 4월까지 4년간 90명 이상의 피해자들로부터 62억원의 전월세 보증금을 받은 뒤 종적을 감췄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보증금 반환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2022년 9월부터 받지 않았다. 한국 경찰은 이들이 당시 이미 미국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입국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 62억원 챙겨 미국 애틀랜타로 도주

이들 부부의 행방이 알려진 것은 2023년 5월. 이들을 애타게 추적하던 피해자들과 경찰은 최현재, 남영진과 외아들 등 3명이 미국 애틀랜타로 도주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틀랜타에는 아내 남씨의 친언니가 거주하고 있었고, 남편 최씨는 캠핑카 수입사업을 한다며 이전부터 애틀랜타에 왕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애틀랜타로 도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들은 이들의 실명과 사진 등을 애틀랜타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본보에 제보하기도 했다. 본보 취재결과 이들은 애틀랜타 부촌 가운데 한 곳인 알파레타의 단독주택을 임대해 거주하고 있었다.

◇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본인들은 호화생활

이들이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023년 6월 피해자 가운데 한명인 A씨(50)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가 “가장으로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지만 최현재는 피해자 측 변호사에 이메일을 보내 “우리도 살기 힘들다. 매달 조금씩 도을 갚을테니 미국에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거주하던 알파레타 주택의 월 임대료는 3000달러가 넘었고, 이들의 아들은 수업료가 비싼 사립학교에 등록된 상태였다. 게다가 한국에서 배우던 펜싱을 계속해야 한다며 고가의 펜싱용품을 구입해 펜싱학원에 보내기도 했다. 특히 한인이 운영하던 일식당에 자금을 투자해 매달 일정액을 받기로 하는 등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 수사망 좁혀오자 시애틀로 다시 도주

이들의 애틀랜타 생활이 피해자들에게 알려지고 한국 경찰도 미국과의 수사 공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은 2023년 8월경 알파레타 거주지에서 사라졌다. 이들이 유홀 트럭을 불러 급하게 이사하는 모습은 한 한인에 의해 목격됐고 이사 장면이 피해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후 행방이 묘연하던 이들이 다시 발견된 것은 2023년 11월. 뜻밖에도 애틀랜타에서 비행기로 5시간 이상 떨어진 미국 서북부 시애틀의 한인타운에서 이들을 목격한 한인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시애틀 인근 린우드 슈퍼-H마트 매장에서 처음 눈에 띈 이들은 워싱턴주 운전면허를 신청했다는 소식까지 실시간으로 한인들에 의해 전해졌다.

◇ J비자 전격 취소…인터폴에 적색수배까지

이들의 운전면허증 신청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한인은 남영진의 운전면허증을 촬영해 현지 한인언론과 당국에 알렸다. 이들의 거주지는 한인타운인 페더럴웨이였으며 면허증 발급일자는 2023년 8월 22일이었다. 이들이 알파레타 주택에서 이사한 뒤 곧바로 시애틀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경찰청은 지난해 8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이들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한편 미국 연방 국토안보부 수사국(HSI)과 세관국경보호국(CBP) 등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한국 정부의 요청을 검토한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12월 이들에게 발급된 문화교류(J1) 비자를 전격 취소했다.

◇ 도피 2년만에 심판대에…20일 인천공항 통해 송환

이들은 인터폴의 적색수배와 미국 연방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다시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미국 연방당국은 한국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지난 7월 이들의 거주지를 확인했고 2개월 간의 잠복 수사 끝에 지난 9월 체포에 성공했다.

연방 당국은 지난 3개월 간 연방 이민법원의 추방 절차와 한국 정부와의 범죄자 인도 수속을 밟은 뒤 지난 20일 이들을 인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 조치했다. 사망자까지 낳은 대규모 전세사기 행각이 5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미주 한인 동포들의 제보가 용의자 체포와 강제송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