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며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공장 지분을 매각하는 등 업계는 급격한 재편을 겪고 있다.
GM, 배터리 공장 지분 LG에 매각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 매각으로 GM은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하며, 내년 1분기 중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이 GM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비하고, 추가 설비투자 없이도 단기 수요를 충족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럽 노스볼트, 파산보호 신청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스웨덴 노스볼트는 지난달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노스볼트는 총 150억 달러(약 21조 원)의 투자를 받았음에도 수율 문제와 전기차 시장 침체로 인해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부채는 58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한 반면, 보유 현금은 3000만 달러(약 421억 원)에 불과했다.
중국의 주요 배터리 업체 CATL은 노스볼트에 투자 계획이 없음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노스볼트의 위기 극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주요 업체의 대응
전기차 수요 정체와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업계 전반에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대응하고 있다.
- GM: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를 20만~30만 대에서 20만~25만 대로 하향 조정.
- 스텔란티스: 이탈리아 토리노 공장 가동 중단 발표.
- 포드: 유럽·영국 인력 4천 명 감축 계획.
- 폭스바겐 포르쉐: 전기차 전환 계획 수정.
중국의 강세와 ‘빅5’ 체제 강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시장 점유율에서 CATL(28.5%)이 선두를 유지했으며, 중국 BYD 배터리 자회사 핀드림스가 12.3%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14.1%)은 2위를 지켰으며, 삼성SDI(5.7%)와 SK온(3.6%)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 분기 26.1%에서 23.4%로 하락했다.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자회사인 SK배터리 아메리카도 배터리 실험시설의 건설을 포기하는 등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전망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주요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존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과점 체제를 강화하며, 시장 내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의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