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씨 “한인회 정상화 위해 비대위와 대화”

주중광-신현식씨에 위임장 작성…비대위 “마지막 기회”

애틀랜타한인회의 마비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장본인인 이홍기씨가 한인회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백규)와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홍기씨는 최근 주중광 명예회장과 신현식 상임고문단장에게 “애틀랜한인회 정상화를 위한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작성했다.

한인사회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도 한인회관을 지키던 이씨가 태도를 바꾼 것은 한인회의 재정난이 이제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정도로 심각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회는 외부 지원과 회관 대관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매달 수천불에 이르는 운영비를 이씨가 직접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5일 귀넷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비대위와의 법정 심리에서 이씨는 “비대위가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1만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비용도 한인회가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이씨의 위임에 따라 신현식 단장은 지난 14일 김백규 위원장 등 비대위 관계자들과 만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이씨의 사퇴를 전제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백규 위원장은 “이홍기씨가 그동안 약속을 무수히 어겼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한인회 정상화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만남에 응했다”면서 “이번 대화가 이씨에게 준 마지막 기회이며 무엇보다 조건없는 사퇴가 우선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홍기씨의 위임을 받아 신현식 단장과 함께 만남에 참석했던 한인 인사는 “선관위 구성을 통해 차기 회장을 하루 빨리 선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이홍기 회장을 잘 설득해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홍기씨와 대화를 했다는 한 전직 한인회장은 기자에게 “본인은 명예를 회복해야 사퇴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면서 “일단 사퇴를 하고 한인회가 제 자리를 찾아야 불명예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홍기씨 퇴진과 사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시민의소리 관계자는 “이씨는 지난해 코리안페스티벌 개최를 앞두고도 다른 사람을 내세웠었다”면서 “별 의미도 없는 위임장을 쓰는 대신 본인이 결단을 내려 하루라도 빨리 사퇴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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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이홍기씨가 작성한 위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