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5주 앞두고 1일 밤 진행된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TV 토론은 초반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현재 대선 판세가 초박빙 대결구도로 흘러가는 데다가 이번 토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두 후보는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특히 이번 토론에서는 한 후보가 발언할 때 상대 후보의 마이크를 끄지 않고 켜 둔 채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잇단 끼어들기 발언이 터져 나와 사회자가 원활한 토론 진행을 위해 직권으로 후보의 마이크 전원을 끄는 일도 벌어졌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날 부통령 후보 TV 토론은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을 지지하겠느냐’라는 외교·안보 분야의 돌직구 질문으로 문을 열었다.
민주당 월즈 주지사는 이런 질문을 미처 예상 못 했다는 듯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입을 열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발언 도중 ‘어…’라고 하면서 드문드문 말을 멈추기도 했고, ‘이스라엘과 그 대리인들(proxies)’이라고 실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과 관련해 ‘대리인들’이란 단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를 칭할 때 주로 사용되는 용어다.
반면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답변 시작에 앞서 토론 사회자, 시청자는 물론 월즈 후보를 향해서도 감사 인사를 표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월즈 후보가 답변하는 동안 머릿속을 충분히 정리했다는 듯 첫 질문 답변을 막힘없이 자신감 있게 쏟아내 월즈 후보와 대조를 이뤘다.
고교 교사 출신인 월즈 후보는 ‘동네 아재’와 같은 이력과 스타일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밴스 후보는 ‘개천에서 난 용’, ‘엘리트’ 이미지를 가졌다는 평가가 뒤따르는데 이날 토론에서도 그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토론에서는 자신이 발언 순서가 아닌 경우에도 상대 후보의 발언에 반박하면서 끼어드는 모습도 잇따라 연출됐다.
사회자가 월즈 후보 발언 후 외교·안보 이슈에서 경제 이슈로 화제를 전환하려 하자 밴스 후보는 자신의 순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자 발언을 끊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룬 외교 성과를 강조하고 바이든 행정부 외교 성과를 깎아내렸다.
밴스 후보가 순서를 어겨 바이든 행정부 공격성 발언을 하자 월즈 후보 역시 자신의 순서가 아님에도 반박 발언을 시작했다.
하지만 끼어들기 발언이 지속되자 주최 측인 CBS는 월즈 후보 마이크 음을 소거했다.
사회자는 “신사분들, 우리가 다뤄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라며 후보들을 진정시키고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날 토론 규칙은 이미 진행된 대통령 후보 TV 토론과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마이크를 계속 켜두기로 했다. 다만, 사회자가 판단에 따라 마이크 음을 소거할 수 있다고 앞서 CBS는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 부통령 후보인 두 사람은 역대 다른 부통령 후보들처럼 주로 상대방 대선 후보를 공격하거나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자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부각시키는 초점을 맞췄다.
일례로 월즈 후보는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을 지지할 것이냐는 첫 질문에 대해 즉답은 않은 채 곧바로 화제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공격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트럼프는 국가나 세계에 너무 위험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밴스 후보는 트럼프는 국제무대에서 그의 존재 자체가 상대방에 위압감을 준다며 “트럼프가 안정성을 가져왔다”고 추켜세우며 반박했다.
한편, 두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최근 미국 남동부를 강타해 대선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대여섯개 주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남긴 허리케인 ‘헐린’ 피해 복구와 관련해서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