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동성 간 성적 행동 빈번히 발생…유전·진화 가능성”

연구팀 “수컷 원숭이 72%가 동성 간 성적 행동…번식에 유리하게 작용”

레서스원숭이 집단에서 동성 간 성적 행동(SSB : Same-sex sexual behaviour)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흔하며 이런 행동이 진화 과정에서 생겨나 유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레서스원숭이들
레서스원숭이들 [Chloe Coxsha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빈센트 새볼레이넨 교수와 잭슨 클라이브 박사팀은 11일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서 3년간 반야생 레서스원숭이 집단을 관찰, 동성 개체 간 성적 행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이런 행동이 유전되고 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클라이브 박사는 “수컷 대부분이 양성애적 행동을 하고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유전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이런 행동에 진화적 기반이 있을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성적 행위로 간주되는 서로 올라타기를 하는 수컷들은 갈등이 있을 때 서로 도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주는 많은 사회적 이점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푸에르토리코의 카요 산티아고 섬에 서식하는 1천700여마리의 반야생 레서스원숭이 집단 내 수컷 236마리 행동을 관찰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컷끼리 서로 올라타는 동성 간 성적 행동(SSB)을 보인 수컷이 전체의 72%에 달한 반면 암컷에 올라타는 이성 간 성적 행동(DSB : different-sex behavior)을 보인 수컷은 46%에 그쳤다.

또 동성 간 성적 행동을 많이 하는 수컷일수록 다른 수컷들과 사회적 접촉을 하는 시간이 더 길었으며,이런 동성 간 성적 행동을 하는 수컷들은 집단 내 갈등 상황에서 서로 연합을 형성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레서스원숭이들
레서스원숭이들 [Jackson Cliv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또 그동안 동성 간 성적 행동과 번식은 상충 관계인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 연구에서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오히려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동성 간 성적 행동이 많은 수컷이 그렇지 않은 수컷보다 오히려 새끼가 더 많이 낳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동성 간 성적 행동을 하는 수컷들은 다른 수컷과 쌓은 유대 관계의 이점으로 인해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장기간 혈통 데이터를 사용해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유전될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동성 간 성적 행동의 6.4%는 유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 외 영장류에서 동성 간 성적 행동과 유전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첫 증거로 동성 간 성적 행동은 털 고르기 같은 다른 유전성 행동과 비슷한 유전율이며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직접 인간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결과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인간 외 다른 동물에서는 드문 것이라거나 비정상적인 환경 조건의 산물일 뿐이라는 일부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볼레이넨 교수는 “이 연구에서 레서스원숭이 수컷의 3분의 2 이상이 동성 간 성적 행동을 보였고 이런 행동이 집단 내 유대를 강화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리 임무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이 자연과 동물 사회에 가져다주는 이점을 탐구하는 등 이런 행동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