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해킹·사기로 취재’ 의혹

루이스 발행인·윈넷 편집국장 내정자 ‘비윤리 취재’ 도마위

전 동료 “해킹된 전화기록·사기로 획득한 정보 돈 주고 사”

미국의 간판 신문 워싱턴포스트(WP)가 작년 거액의 적자를 내고 여성 편집국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격 사임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발행인과 편집국장 내정자를 둘러싼 ‘불법 취재’ 스캔들이 불거졌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윌리엄 루이스 WP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의 전 직장 동료인 피터 코에닉은 루이스 발행인이 과거 부정하게 입수한 전화 기록을 기사 작성에 이용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루이스 발행인은 워싱턴포스트로 오기 전인 2004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일판인 선데이타임스에서 비즈니스 분야 편집자로 일했는데, 당시 자신에게 해킹으로 얻은 전화 통화 기록을 직접 주면서 기사를 쓰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기사는 영국 소매업체인 ‘마크스 앤 스펜서’의 매각 가능성을 다뤘는데, 이 회사는 CEO의 통화 세부 사항이 포함된 보도가 나가자 전화 기록이 해킹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루이스가 유능한 편집자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변했다면서 “그의 야망이 윤리를 앞질렀다”고 비판했다.

코에닉은 WP 차기 편집국장으로 내정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부편집장인 로버트 윈넷도 2002년 선데이타임스에서 특종을 터트리면서 정보를 부정하게 습득했다고 주장했다.

윈넷은 ‘나치가 가장 좋아하는 리무진’으로 불렸던 독일 벤츠사의 최고급 세단인 마이바흐를 주문한 영국 저명인사의 명단을 폭로했는데, 기사에서 명단 입수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선데이타임스와 거래했던 사립 탐정인 존 포드라는 인물이 2018년 인터뷰에서 해당 기사를 위한 자신의 작업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전자열쇠 제조업체 직원을 가장해 벤츠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구매자 목록을 얻어냈다고 실토했다.

NYT는 루이스 발행인이 2009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서 편집국장으로 있을 때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사기 위해 12만파운드(약 2억1000만원)를 지불하기로 한 결정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정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금지하는 윤리강령을 채택하고 있다.

NYT는 WP 안팎의 언론인들은 새로운 리더가 이같은 윤리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는지 질문해왔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루이스 WP 발행인 겸 CEO
윌리엄 루이스 WP 발행인 겸 CEO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속임수와 해킹, 사기, 도청 등을 동원해 특종기사를 터트리는 취재기업은 영국 타블로이드지를 중심으로 횡횡한 수법이었다.

하지만 2010년에 언론 재벌 루퍼드 머독이 소유한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유명인사들의 전화 통화를 불법적으로 도청해 기사를 써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관행은 철퇴를 맞았다.

다만, 당시 언론을 향한 비난이 주로 타블로이드지에 집중되면서 정론지로 분류되는 선데이타임스 소속이던 루이스와 윈넷 관련 논란은 주목받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루이스 발행인은 전화 해킹 스캔들에 대해 수년간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WP 조직을 재편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자 동료 기자들에게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돈을 썼다면서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서비스)에 돈을 맡기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텔레그래프와 거래했던 인물은 에스크로 계정은 없었고, 돈을 언론사로부터 받아 정보원들에게 나눠줬다고 밝혔다.

윈넷 편집국장 내정자는 취재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앞서 WP의 첫 여성 편집국장이었던 샐리 버즈비가 이달 초 돌연 사임한 배경과 관련, 루이스 발행인이 자신과 관련이 있는 영국 내 전화해킹 소송의 진행 상황을 취재하게 한 버즈비를 질책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