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최고 강도인 5등급으로 발달한 허리케인 베릴이 카리브해와 미국 일부 지역을 강타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예년보다 많은 허리케인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년 허리케인 전망치를 발표하는 콜로라도주립대 대기과학과는 올해 대서양에서 25개의 폭풍이 발생하고, 이 중 12개는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9일 전망했다. 지난달 11일 발표한 전망치보다 폭풍 수는 2개, 허리케인은 1개 많다.
이 중 3등급 이상의 허리케인 전망치는 5개에서 6개로 늘렸다.
연구진은 기록적으로 따뜻한 대서양과 카리브해 수역, 허리케인 발생을 완화하는 강력한 수직 윈드시어(급변풍)의 부족으로 전망치를 올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극도로 따뜻한 해수면 온도는 허리케인 형성과 강화에 훨씬 도움이 되는 역동적이고 열역학적인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은 매년 6월 1일에 시작돼 11월까지 이어진다. 8월 말에서 9월에 정점을 이룬다.
그러나 6월 말 처음 형성된 베릴은 급속도로 세력을 불리면서 1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발달한 5등급 허리케인으로 기록됐다. 베릴은 6월 30일 열대성 폭풍이었지만, 단 24시간 만에 4등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
일반적으로 6∼7월에는 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열대 저기압이 발달할 만큼 뜨거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9월 수준으로 오른 탓에 베릴 역시 9월의 허리케인처럼 움직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서양 해수면 온도는 1년 이상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베릴은 이달 초부터 카리브해 섬들과 남미 북부 베네수엘라를 거쳐 미 텍사스주를 훑고 지나며 최소 11명의 사망자를 냈다.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베릴을 언급하며 허리케인 활동 과잉(hyperactive) 시즌의 전조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 대학 기상학자 필립 클로츠바흐는 미 CNN 방송에 “(시즌 초반에) 열대 대서양과 카리브해 동쪽에서 폭풍이 강할 때 이는 매우 바쁜 시즌의 전조가 되는 경향이 있다”며 “베릴은 우리가 이번 시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극단적으로 따뜻한 (해수면) 온도를 고려할 때, 시즌 중반 형태의 폭풍이 예년보다 더 일찍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