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또 패소…성소수자 권리 인정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여권 성별 표기 제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여권을 새로 신청하거나 갱신해야 하는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비이분법적 성정체성) 시민들은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무관하게 ‘남성(M)’, ‘여성(F)’, 또는 ‘X(기타)’ 성별 표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보스턴 연방법원 줄리아 코빅 판사는 17일 “정부는 해당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어떤 헌법적 손해를 입는다고 입증하지 못했다”며 예비 금지 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확대 적용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현재 유효한 여권이 없거나 1년 이내 여권 만료를 앞둔 사람, 여권을 분실하거나 성별 또는 이름 변경을 이유로 새 여권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보호 대상이 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해당 행정명령은 성별을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으로 한정하고, 성전환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코빅 판사는 지난달 원고 6명에게만 국한된 예비 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이번 판결에서 그 범위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판결문에서 그녀는 “국무부의 여권 정책은 수천 명 미국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행정명령과 정책이 평등 보호 조항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제기한 이 소송에서는 여권 신청 과정에서 성별 표기를 변경하려다 기존 성별로 강제로 반려되거나, 여권을 국무부에 제출한 후 처리 지연 및 정지 우려로 여행을 포기한 사례 등이 소개됐다. 일부 원고는 가족 결혼식 참석이나 학술회의 참가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여권 정책은 헌법상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여권 정책은 대통령의 광범위한 재량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빅 판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 성향 판사로, “성별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정책은 중요한 정부 이익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중간 심사(strict scrutiny)’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향후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주요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향후 본안 소송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