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대표적 관광지인 산토리니섬이 2주째 이어지는 강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 대다수가 섬을 떠났고, 한인 여행객 및 현지 체류자를 포함해 관광객 일부가 연락 두절 상태에 빠지는 등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어, 현지 당국과 각국 대사관이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그리스 공영방송 ERT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산토리니섬 인근 해역에서 규모 2~5 사이의 지진이 수백 차례 감지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가장 강력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주민과 여행객들을 극도로 긴장시켰다.
산토리니섬에 사는 약 1만6000명 중 70% 이상인 1만1000여 명이 이미 아테네 등 본토로 이동했다. 현재 섬 내 학교 및 상점들은 일시 휴교·휴업 상태이며, 호텔들은 예약 취소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주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은 공식 공지를 통해 “최근 산토리니섬 및 인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일부 관광객(타국민 포함)들이 연락이 끊겨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사관은 “여진 또는 새로운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니 여행 계획에 이를 반드시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정부는 7일까지 산토리니 및 인근 4개 섬(아나피·이오스·아모르고스 등)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산토리니섬 일부 지역에는 접근 금지령을 발효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 특별 재난 대응 부대는 현장에 배치돼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 중이다.
지진 전문가들은 규모 6 이상의 강진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쓰나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토리니가 지리적으로 헬레닉 화산호(활화산 지대)에 속해 있어, 만약 강진이 화산 활동을 자극한다면 대규모 분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푸른 바다와 하얀색 건물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한 산토리니는 연간 34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 휴양지다. 그러나 이번 지진 소식이 알려지자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디언은 “관광객이 거의 떠나 거리와 골목이 텅 비었고, 항구와 공항에는 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만 북적인다”고 전했다.
섬 주민 대다수는 본토로 대피했지만, 남아있는 주민들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무인 주택이나 상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난·약탈 범죄를 막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력회사 직원들도 지진에 따른 정전 가능성에 대비해 대형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지진학계는 산토리니섬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건 1956년 7월(규모 7.5) 이후 70여 년 만이라며, “앞으로 몇 주·몇 달간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