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사령탑 역할을 했던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83)이 3일 연방의회 청문회 증언대에 또 섰다.
그는 지난 2022년 연말에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를 둘러싼 공방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파우치 전 소장은 이날 연방 하원 코로나19 팬데믹 특별소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백신 무용론’에 대해 “어떤 백신도 100% 효과가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그 백신들은 미국에서 수십만 명,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전 소장은 “처음에 연구실에서 코로나19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관심을 가졌던 몇몇 이들도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님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그들은 여전히 결론에 대해 열려 있지만 동물로부터의 전파가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신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우한 연구소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설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는 주장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했고, CIA의 팬데믹 기원 분석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고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정치 공방’도 뜨거웠다.
야당인 공화당 브래드 웬스트럽 하원의원(오하이오)은 파우치 전 소장을 향해 “당신은 의도했건 아니건 너무 강력해져서 당신에 대한 대중의 이견은 소셜미디어와 대부분의 기성 언론에서 금지되고 검열됐다”며 “이는 많은 미국인이 분노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실수를 하면 나를 뽑아준 오하이오 주민들과 내 양심에 답하는데, 당신과 당신의 기관이 실수를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라고 캐물었다.
반면 민주당의 제이미 러스킨 의원(메릴랜드)은 파우치 전 소장이 의회에 거짓말을 했다거나, 코로나19의 우한 연구소 기원설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날조이자 왜곡”이라며 파우치를 엄호했다.
러스킨 의원은 또 코로나19 대유행 첫 해인 2020년 미국의 최고 지도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표백제를 주사하자고 말한 그 중범죄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범죄자’ 언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성추문 입막음돈 제공 관련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사실을 상기한 발언이었다.
2022년 12월 퇴임 때까지 38년간 NIAID 소장으로 재임했던 파우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대응 방향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척점에 선 인물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일례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라리아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예찬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쓴소리를 했고, 그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