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벤처투자 금액·거래 2년전보다 19%·10% 증가 그쳐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투자총액 비중 2012년 이후 최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가 스타트업 본거지로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인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벤처투자 금액은 749억 달러(99조1676억원), 성사된 거래 건수는 3206건으로 여전히 다른 주요 도시보다 많았다.
그러나 2020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19%와 10%에 그쳤다.
시카고도 지원된 벤처 자금은 2년 전에 비해 231% 늘었고, 덴버와 필라델피아도 각각 123%와 93% 증가했다. 오스틴도 2년 전보다 77% 더 많았다.
거래 건수가 두 번째로 많은 뉴욕(2천148건)의 경우 거래 건수 증가율은 30%로, 실리콘밸리의 3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내 벤처캐피털 투자 총액에서 실리콘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인구도 줄어들었다. 인구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4월 1일부터 2022년 7월 1일까지 약 25만명이 실리콘밸리를 떠났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 마크 무로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적인 입지가 일부 타격을 입었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피치북의 수석 벤처 자본 분석가 카일 스탠퍼드는 마이애미와 오스틴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규제 완화 덕분에 스타트업이 몰렸다고 전했다.
투자회사 인덱스 벤처스의 파트너 브라이언 오펏은 “5년 전에는 스타트업의 90%가 샌프란시스코에 몰렸다면 이제는 시애틀과 뉴욕에서도 늘어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몰려드는 스타트업 비율이) 70%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우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원격 근무 등이 가능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카일 스탠퍼드는 “(자금의) 재분배가 시작됐다”며 “코로나19와 스타트업의 이동, 원격 근무는 소규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대량 해고와 실리콘밸리의 높은 생활비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유로 꼽힌다.
워싱턴 주립대 4학년생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딜런 코스티넷은 “실리콘밸리 지역은 최근 수년간 일자리 매력이 떨어졌다”며 “높은 생활비는 물론, 지금 빅테크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과 대량 해고 등으로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세수도 대폭 감소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2023∼2024 회계연도에 225억 달러(29조7900억원)의 적자에 직면해 있다고 지난 1월 밝혔다. 이는 1년 전 1000억 달러(132조4000억원) 흑자에서 급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