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족 증가로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 양육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손주를 돌보기 위한 조부모들의 이사가 일부 지역의 인구 증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아기를 따라 이사하는 조부모들이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촉진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들 옆으로 주거지를 옮긴 조부모들의 사례를 조명했다.
62세 동갑인 데이비드·신시아 헬드 부부는 미국 북동부 뉴저지에 살다 손녀의 출생에 맞춰 딸 부부가 사는 남부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긴 경우다.
일주일에 이틀 7개월 된 손녀를 돌본다는 데이비드는 “나는 영상통화 화면 속에만 있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엘런조·메리 에머리 부부도 헬드 부부와 비슷한 사례다.
에머리 부부는 원래 캘리포니아에 살았지만, 딸과 사위가 일자리를 찾아 오스틴으로 이주한 뒤 셋째 손자가 태어나자 이곳에 오기로 결심했다.
오스틴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 지 8년이 된 요즘, 엘런조는 14살 된 손자의 축구 경기에 참석하고, 11세 손녀에게 댄스 동작을 배우며 추억을 쌓고 있다.
이들처럼 손주 양육을 돕기 위해 이주한 조부모들은 특히 미국 남부 지역의 인구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플로리다와 같은 남부는 노년층과 청년층에 모두 각광받는 지역이다.
노년층 사이에선 연중 따뜻한 날씨에 골프를 즐길 수 있어 은퇴 후 정착지로 인기가 있고, 낮은 생활비와 풍부한 일자리는 청년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런 요소 등으로 지난 10년간 남부는 ‘인구 붐’이 일었는데, 이제는 이곳에서 태어난 손주들이 조부모가 된 노년층의 유입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주택시장 조사업체인 존다(Zonda)의 미국 도시별 인구증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2~44세 및 60~79세 주민 증가율 최상위 도시는 오스틴(텍사스), 찰스턴(사우스캐롤라이나), 잭슨빌(플로리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존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 울프는 6~7년 전 주택 건설업자들로부터 이런 추세에 대해 처음 들었다며 “그들은 밀레니얼 세대에 집을 팔고, 그 부모에게도 집을 팔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뉴욕과 같은 미국 북동부에 손주를 둔 조부모들에게는 이런 이사 결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WSJ은 짚었다. 남부에 비해 비싼 주택 가격과 생활비 등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수직을 은퇴한 미셸 허먼 부부는 손주 양육을 돕기 위해 오하이오주에서 뉴욕으로 이주할 계획이지만 “재정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