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범죄 이력 있으면 한국여행 삼가야”

 

조지아서 추방된 한인, 모두 영주권자…밀입국자 보다 기존 범죄자에 초점

이민 당국간 불협화음도…USCIS가 승인한 영주권, ICE-CBP는 불체 판정

50년 넘은 범죄기록 근거 추방 판결도…이민구치소 가석방 되기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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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자라 하더라도 범죄 이력이 있으면 당분간 해외 여행을 하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지난해 8월 어렵사리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던 애틀랜타 한인 A씨는 지난 6일 조지아주 연방 이민법원에서 열린 추방 재판에서 한국 추방 판결을 받았다. 영주권 취득 6개월 만에 마주한 청천벽력 같은 현실이었다.

이민 초기 범죄에 휘말려 기소됐지만 단순 가담으로 정상이 참작돼 실형을 피했던 A씨는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도 이를 해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여러 차례의 서류 보완을 통해 해명을 들은 연방 이민국(USCIS)은 미국 정착에 문제가 없다며 그린카드를 최종 발급해줬다.

꿈에 그리던 영주권을 받은 A씨는 2달 후인 지난해 10월 한국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그동안 신분 해결이 안돼 비행기를 탈 수 없었기 떄문에 10여년만에 밟은 모국 땅이었다.

하지만 2개월 간의 한국 체류를 마치고 12월 중순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A씨를 기다린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악몽이었다. 입국심사를 담당한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심사관은 A씨의 영주권에 있는 외국인 등록 번호(A넘버)를 확인하더니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영주권을 받았느냐”며 2차 심사실로 끌고 갔다.

심사실에서 이전 범죄 기록을 추궁받은 A씨는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했고 이민국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지만 CBP 요원들은 A씨에게 수갑을 채워 곧바로 조지아주 스튜어트 이민구치소에 수감시켰다.

A씨에 대한 추방 재판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됐고 체포 2달도 안돼 추방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A씨를 면회했던 애틀랜타총영사관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한인 첫 불체자 케이스로 체포된 한인(임현우씨 본보 단독기사 링크)도 약 보름 만인 지난 14일 추방 판결이 내려졌다”면서 “이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달 초 한국으로 송환된 다른 한인도 영주권자 였다”고 말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영주권자 등 합법 체류자라 할 지라도 과거에 범죄 이력이 있으면 지금은 한국 등의 해외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면서 “합법체류 승인 당국인 연방 이민국이 영주권 등의 합법신분을 부여하더라도, 단속 당국인 CBP나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단 추방 대상이 되는 중범죄나 비교적 최근에 기록된 범죄 이력이 해외여행에 가장 위험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떠한 범죄도 안전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앨라배마주에 거주하는 한인 지상사 직원 B씨는 음주운전(DUI) 단속에 적발된 후 며칠만에 이민국으로부터 비자 취소 통지서를 받기도 했다.

또한 조지아주 스튜어트 이민구치소에 수감된 한 스페인 여성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으로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지난 1980년대 저지른 범죄 기록이 드러나 추방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 출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온 밀입국자가 적은 한인들의 경우 앞으로도 영주권자 등 합법 체류자가 오히려 불체자 이민 단속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불체자 단속 실적이 저조하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는데 당국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각종 공공 기록을 남긴 합법체류자를 먼저 단속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추방 판결을 받은 한인들은 모두 추방에 앞서 재산과 신변 정리를 위한 가석방을 이민 법원에 요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법원들이 이민 판사 부족 사태 속에서도 단속 당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가능한 신속한 재판과 추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한인들은 아무런 정리도 하지 못한 채 한국 정부의 여행허가서를 발급받는 대로 본국으로 추방될 예정이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