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기술 탑재 스마트폰 출시로 이 분야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뒤처졌다는 일각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조용히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AI 관련 기업들을 연이어 인수하고 직원 채용과 하드웨어 개선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7일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자체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하고 실시간 통번역도 가능한 ‘AI 폰’ 갤럭시 S24를 내놓은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브라이언 마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로서는 최대 라이벌 애플과 차별화할 기회”라고 말했고, 블룸버그통신은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은 AI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결점을 부각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조사 결과 애플은 2017년부터 AI 관련 스타트업 21곳을 인수해 빅테크(거대기술기업)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가장 최근 인수한 기업은 지난해 초 사들인 AI 활용 동영상 압축 업체 웨이브원이다.
웨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애이브스는 “애플이 몇몇 중요한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기업들 사이에) AI 군비경쟁이 진행 중인 만큼 애플이 올해 큰 AI 계약을 맺지 않으면 충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현재 애플의 AI 관련 구인 공고 절반 가까이에 생성형 AI와 관련된 ‘딥러닝’ 용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목했으며, 애플은 2018년 구글의 AI 관련 부문 수장이던 존 지안난드레아를 영입하기도 했다.
AI 관련 투자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다른 빅테크와 달리 애플은 비밀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애플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구동할 수 있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도 나온다.
애플이 온-디바이스 AI 기술 구동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LLM의 용량을 줄여야 하고 고사양 프로세서도 필요하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6월께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애플이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맞춰진 iOS 18 운영체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생성형 AI 구동 능력을 개선한 맥북용 M3 맥스 프로세서와 애플워치용 S9 반도체 등을 공개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애플 연구진이 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해 온-디바이스 LLM 구동에서 혁신을 이뤘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애플 주식의 등급을 상향하면서, 올해와 내년에 나올 생성형 AI 제품에 대한 수요로 아이폰 교체 주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신기술이 합쳐질 때까지 뒤에서 기다리는 경향이 이다”면서 이를 통해 해당 기술의 가장 좋은 형태를 출시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빅테크 구글은 이날 싱귤러컴퓨팅과의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특허침해 소송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싱귤러컴퓨팅 측은 손해배상 16억7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를 요구해왔는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