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이민단속 여파로 소비시장서 사라져
미국 내 대규모 이민자 단속 여파로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소비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미국 소비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얼어붙고 있다. 겁에 질린 히스패닉 주민들이 외출을 피하면서 쇼핑몰, 식당, 대형마트까지 손님이 끊기고, 주요 브랜드들은 매출 급감에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새벽,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의 홈디포 주차장을 급습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차별 체포 작전은 LA 시위와 전국적 항의 물결을 촉발시켰다. 이후 3주째 이어지는 단속과 반발 속에서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사실상 ‘잠행 모드’에 들어갔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에서 히스패닉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히스패닉 소비자에게 의존하는 브랜드들이 속속 타격을 입고 있다. 코카콜라는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 감소했고, 모데요는 이달 들어 매출이 10% 하락했다. 존 머피 코카콜라 CFO는 “히스패닉 소비자를 잃는 것은 우리에게 치명타”라고 말했다.
공구·건자재 대형 유통업체 홈디포와 로우즈도 매출이 평소의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했고, 야외 주차장은 ICE 요원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현장으로 변했다. 식료품점, 할인마트, 외식업체, 주유소까지 소비 침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히스패닉 이민자 비중이 높은 저임금 일자리를 중심으로 건설과 농업, 외식업 현장도 마비 상태다. 일용직 공급이 끊기면서 공사 중단과 일손 부족으로 운영 중단 위기까지 치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신발 소매 체인 JS스포츠는 “12개 주 매장에서 히스패닉 소비자 매출이 심각하게 줄었다”며 “트럼프 정책의 여파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CE의 불심 검문이 잦아지면서, 불법 체류자가 아닌 합법 영주권자, 시민권자까지 외출을 꺼리고 있다. 실제 소비시장에서는 ‘고요한 공포’가 흐르고 있으며, 가족 외식과 쇼핑은 눈에 띄게 줄었다. LA, 조지아, 텍사스,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히스패닉 비중이 높은 지역의 편의점, 술집, 패스트푸드점 등은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민자 고용에 의존해온 자영업자·농장주들이 반발하며 트럼프 지지층 일부가 이탈 조짐을 보이자, 백악관은 부랴부랴 단속 지침 수정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농장, 식당, 호텔 등에서의 단속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ICE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내가 찍은 사람이 내 사업을 망쳤다’, ‘이민자 체포는 농업을 죽인다’는 내용의 반트럼프 영상이 공유되고 있으며, 트럼프 강경 지지층이던 일부 백인 농장주들도 반대 시위에 동참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WSJ는 “미국 소비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건 단순한 관세나 물가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까 두려워하는 수백만명의 공포”라며, “이민자 배제는 곧 미국 경제의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