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시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한 금속 절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빛의 리본'(Ribbon of Light)으로 불리던 로스앤젤레스의 6번가 다리는 언젠가부터 밤에도 조명이 빛나지 않게 됐고, 405번 고속도로 일부 구간과 도시 곳곳의 가로등도 꺼졌다. 미네소타주에서는 한 남성이 가로등 불빛이 없는 거리를 건너다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했다.
미국 전역의 가로등이 이처럼 꺼지고 있는 것은 전선에서 구리를 벗겨내 고철 업자에게 팔아넘기는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금속 절도는 수십년간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리 수요가 증가하자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고 짚었다.
팬데믹 초기 많은 재활용 시설이 문을 닫아 고철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고, 미국 정부가 인프라 건설 사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면서 금속 수요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향후 2년간 전 세계적으로 1천만톤(t)의 구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철 도둑은 이제 사회 기반 시설과 공공미술품 등으로도 손을 뻗고 있다.
올해 1월 이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만 소화전 290개 이상이 도난당했고 덴버에서는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기념비에서 청동 조각을 뗀 남성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공원 묘지의 금속 명패마저 훔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NYT는 좀도둑들이 훔친 고철은 보통 몇백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꺼진 가로등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전체에는 수백만달러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의 케빈 드 레온 의원은 최근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금속 절도를 막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의 지역구에서만 지난 회계연도에 6천900여건의 구리 전선 절도가 발생했는데, 이는 5년전의 600건보다 급증한 것이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지난달 구리 고철을 판매하려면 주 정부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확보했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에 서명했다.
일부 로스앤젤레스 공무원들은 구리 전선을 훔친 사람들 보다 도난당한 물품을 사들이는 고철 업자들을 집중적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드 레온 의원은 로스앤젤레스 경찰 등이 포함된 TF에서 고철 회사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