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의 주식 약 8억6600만달러(1조1000억원)어치를 가족 자선단체 4곳에 추가로 기부했다.
93세의 버핏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후계자가 이미 낙점되는 등 자신의 전설적인 투자 경력이 거의 마무리돼 가는 가운데 주주들에게 “기분이 좋다”는 뜻도 전했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크셔는 버핏이 자사 클래스 B 주식 150만주를 수전 톰프슨 버핏 재단에 기부했다고 공시했다. 이 재단은 2004년 세상을 떠난 아내 이름을 땄으며, 출산 건강 관련 지원활동을 한다.
하워드 G. 버핏 재단은 기아 퇴치와 분쟁 완화, 인신매매 문제 및 공공 안전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셔우드 재단은 네브래스카의 비영리 단체를, 그리고 노보 재단은 소녀와 여성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버핏은 추수감사절 연휴 직전인 지난해 이맘때에도 이들 재단에 버크셔 주식 7억5900만달러(9800억원)어치를 내놓은 바 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편지도 보내 재산 99%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다시 약속하면서, 자녀들은 자신의 유언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주주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흔치 않다.
버핏은 버크셔가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어졌다며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버핏은 버크셔 이외의 책임을 맡는 일을 자제해왔지만, 2012년 전립선암 진단 이후를 포함해 사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그는 서한에서 “93세로, 기분이 좋으면서도 연장전(extra innings)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버핏은 이밖에 “우리는 적절한 최고경영자(CEO)와 적절한 이사회를 갖고 있다”라고도 썼다.
버크셔에서는 현 그레그 에이벌(61) 부회장이 버핏을 이어 CEO가 되고, 아들인 하워드가 비상임 회장이 될 예정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은 재산이 1205억달러(162조원)로 세계 5위의 부자다.
2006년부터 버크셔 주식의 절반 이상을 가족 자선단체들과 함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이런 기부금은 당시 시세로 계산하면 총 520억달러(67조원)에 달하고, 게이츠 재단만 390억달러(50조원) 이상을 받았다.
버핏은 1965년부터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버크셔를 이끌고 있으며, 버크셔는 철도와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에너지 등 산업체들, 유제품 등 소비자 업체 등 수십 개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는 현재 3천180억달러(411조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정도가 애플 주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