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남쪽 25마일 바닷가 위치…건축가·옛주인, 중국에 애정
영화 ‘웨딩 플래너’ 촬영 장소…”친밀한 대화 나눌 최적의 장소”
약 1년만에 재회하는 미중 정상이 15일 회담하는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가에 위치한 역사적인 사유지인 ‘파일롤리 에스테이트'(Filoli Estate)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은 14일 취재진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 일정을 알리면서 장소를 ‘노던 캘리포니아'(Northern California)라고만 공개했다.
하지만 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회담 장소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라고 특정해 보도했다.
미국 서부에서 골드러시가 끝난 이후인 1917년 개인 거주지로 지어진 곳으로, 현재는 미국의 역사적인 건물을 보존하는 일을 담당하는 ‘역사적 보존을 국가 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의 소유다.
이곳에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조지아식 건축 스타일을 재현한 저택과, 영국 르네상스 양식의 정원, 과수원과 산책로가 있으며 면적은 2.6㎢가 넘는다.
저택과 부지는 매일 개방돼 왔지만, 이번 회담을 위해 3일간 폐쇄됐다. 평소에는 개인 행사나 결혼식, 영화 및 사진 촬영 장소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정원은 제니퍼 로페즈의 영화 ‘웨딩 플래너’에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곳에서 4시간여 머물면서 고즈넉한 산책로를 함께 걷고, 점심 식사도 함께 하면서 개인적 유대를 쌓고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파일롤리 에스테이트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부유한 금광의 소유주이자 샌프란시스코에 물을 공급하는 스프링 밸리 워터 컴퍼니의 사장이었던 윌리엄 B. 번 2세 부부가 지었다.
파일롤리라는 이름은 윌리엄 번 가문의 평소 신조인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고(Fight for a just cause), 동료를 사랑하며(Love your fellow man), 선한 삶을 살아라(Live a good life)’라는 말의 핵심 단어 첫 두 이니셜들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1936년 윌리엄 번 부부가 사망한 후 사유지는 이듬해 윌리엄 로스 부부에게 매각됐고, 이후 1976년 ‘역사적 보존을 위한 국가 트러스트’에 기부됐다.
특히 이곳은 중국과 인연이 깊은 점도 회담 장소로 낙점된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이 사유지의 건축가인 윌리스 폴크는 중국에서 태어나 6살까지 산 뒤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중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을 보여 중국의 건축 스타일과 장식을 연구하고,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또 정원 디자이너인 브루스 포터는 중국의 정원과 화초에 영감을 받아 중국의 정원을 방문하고, 중국의 화초를 수집했으며, 중국의 정원 예술에 대한 책을 쓰기로 했다.
실제 파일롤리 정원은 많은 중국의 화초들로 장식됐다고 한다.
또 파일롤리의 두 번째 주인인 윌리엄 로스는 중국의 예술과 공예품을 즐겨 수집하고 의상과 액세서리를 입는 등 중국 축제와 전통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에겐 미국에서 다른 어떤 곳보다도 편안함과 정겨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싱크탱크 저먼 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전무이사는 이 장소가 APEC 회의장에서 떨어져 바이든 대통령과의 비공개회의에 대한 시 주석의 기대를 충족시켰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인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두 정상이 다자 정상회의와는 별개의 양자 정상회담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