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급감에 항공권 가격 내렸다

베를린↔뉴욕 340달러…화물운송 줄고 항공기 도입도 취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과 반이민 정책이 항공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출입국 절차가 강화되면서 미국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관세전쟁으로 인해 화물운송 수요까지 줄어들고 있다.

독일 rbb방송은 25일 미국행 여객 수요가 감소하면서 항공사들이 항공권을 대폭 할인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베를린과 뉴욕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가격이 340달러(약 49만 원)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방송은 “승객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항공편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7% 감소했다. 특히 유럽 국적자의 입국은 14.3%나 줄어들었다.

유럽에서는 관세 갈등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미국 방문을 보이콧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입국 과정에서 과도한 신체 수색이나 추방을 당했다는 경험담이 퍼지면서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화물운송 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정부가 다음 달 2일부터 800달러(약 115만 원) 미만의 중국발 소포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항공사들은 화물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미국행 화물기 노선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고, 택배업체 DHL은 세관 검사가 강화되자 일부 품목의 미국 배송을 일시 중단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구매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상호관세가 본격화할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항공기 구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 항공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어 무역전쟁이 항공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중국은 보잉 항공기 인수를 거부하며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서고 있으며, 미국 델타항공은 에어버스에 주문한 항공기 150대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인수를 취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은 보잉 항공기 15대를 자회사가 있는 스위스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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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덴버 국제공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티켓 카운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