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인 차세대 얽매온 한국 국적법 ‘위헌’

헌재 “18세 되는 해 3월까지 국적선택 강제조항 헌법 불합치” 판결

“개인의 국적이탈 자유 침해”…2022년 9월까지 관련법률 개정해야

한인 괴롭히던 ‘홍준표법’ 폐지…향후 입법에도 한인사회 관심필요

한국 헌법재판소가 미국 한인 차세대들을 괴롭혀온 한국 국적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24일 오후(한국 시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차세대 M씨(21)가 체출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7대2의 결정으로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청구인인 M씨는 미국 국적의 아버지와 한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해 미국과 대한민국 국적을 모두 가진 선천적 복수국적자이다.

M씨는 한국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 및 제14조 제1항 에 규정된 “병역법상 만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까지 복수국적 중 하나를 선택할 의무가 있고, 이 기간이 지나면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에는 대한민국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위헌이라며 지난 2016년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M씨는 “내 자신의 의사도 아니고, 미국에 생활기반이 있는데 이같은 조항 때문에 미국 정부기관 취업 제한 등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이들 조항은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기 때문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결했다.

다만, 법률 공백을 막기 위해 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며 2022년 9월 30일까지 해당 조항을 대체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헌재는 “해당 기한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2년 10월 1일부터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고 결정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남성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의무가 면제되는 38세가 돼서야 한국 국적이탈을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주된 생활근거를 한국에 두면서 한국 국적자와 같은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만을 면제받으려고 하는 복수국적자와 달리, 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국적자 혜택을 누리지 않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같은 기준으로 국적이탈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해당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복수국적자 중에는 주된 생활근거를 한국에 두고 상당기간 한국 국적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시기에 근접하여 국적을 이탈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는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확보’를 저해하므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헌재는 “외국에서만 주로 체류 및 거주하면서 한국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사람에게도 해당 조항은 전혀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병역의무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만 국적이탈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러한 일률적인 제한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명시했다.

이번 소송은 워싱턴 DC의 전종준 변호사가 사실상 주도했으며 전 변호사는 2013년부터 미국 한인 차세대들을 위해 국적법 관련 소송을 무료로 전담해왔다. 전종준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부모 한 사람이라도 한국 국적이면 이를 따르게 하는 이른바 ‘홍준표법’이 문제”라며 “의지와 상관없이 복수국적자가 된 한인 차세대들이 자기도 알지 못한채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선천적 복수국적을 가진 미주 한인 2세들은 한국 국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만 38세가 될 때까지 미국 공직진출에 제한을 받아왔다. 헌법재판소는 “복수국적을 해소하지 못해 국가에 따라서는 공직 또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업무에 대한 담당 제한이 발생하는 등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사익침해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전 변호사 등은 “앞으로 한국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다시는 홍준표법과 같은 악법이 나오지 않도록 한인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와 무관한 선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18세가 되면 한국국적 자동 말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한인 2세 M씨가 국적법 12조 2항 등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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