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잔인한 범행 수법에 원한에 의한 계획살인 중점 수사
아파트 보안 의외로 허술…주변 마약중독자 범행 가능성도
지난 25일 오전 애틀랜타 벅헤드의 매리언(Marian) 노인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한인 김준기(90)씨의 장례식이 지난 28일 오후 2시 노크로스 리장의사에서 거행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고인의 두 딸과 아들 등 유가족을 비롯해 2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경찰과 리장의사에 따르면 김씨는 얼굴과 배 등을 수차례 찔려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90세의 노인을 상대로 이런 잔인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고 장의사 측도 “이런 시신은 처음 본다”며 범행의 잔인성에 대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범행 현장을 처음 발견해 911에 신고한 김씨의 간병인 박모씨는 기자에게 “평일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고인을 돌봐왔다”면서 “그날 아침 출근했는데 아파트 문이 열려있었고 아파트 내부 불이 꺼져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방 쪽으로 가보니 할아버지(고인)가 바닥에 엎드려 쓰러져 있었고 머리 위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면서 “곧바로 시큐리티를 불렀고 시큐리티가 911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박씨에 따르면 고인은 혼자 거주하고 있었으며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고인의 친구이며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황재숙씨는 “사건 전날 오전 대화를 나눴는데 치과에 가야 한다고 했다”면서 “평소 다른 주민들과 사이좋게 지내 원한 살 일이 없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나눠주는 인심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사건 수사를 위해 아파트를 찾은 애릍랜타 경찰국의 R.B. 맥클루어 살인담당 수사관(detective)은 기자에게 “아파트 입구와 엘리베이터 옆, 복도 등에 수십개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이를 모두 분석하는데만 수일이 걸린다”면서 “잔인한 범행 수법에 원한에 의한 계획적 살인의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지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9층 건물이며 김씨의 호수는 5층 524호로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기자의 방문 당시 해당 아파트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문 앞에 폴리스 라인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파트 1층 로비에서 만난 한인 주민들은 “이 아파트에는 250가구 이상의 한인 시니어들이 거주하고 있다”면서 “낮에는 시큐리티가 있고 밤 11시부터 새벽까지는 애틀랜타 경찰이 경비를 맡고 있지만 문이 열릴 때 누구라도 따라 들어올 수 있어 항상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아파트 내부에 들어갈 때도 시큐리티는 전혀 제지하지 않았으며 다른 출입자들도 관리하지 않았다. 한 한인 주민은 “주변에 홈리스들이 많고 마약중독자들도 많이 돌아다녀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다”면서 “누군가 저녁에 몰래 들어와 비상계단 등에 숨어 있었다면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둘째 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81년 시카고에 이민했고 수년뒤 애틀랜타로 이주해 다운타운 웨스트 피치트리 로드의 빌딩에서 구두 제작 및 수선가게를 운영했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