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 Decemb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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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 “아브레우에게 129만불만 줬을까?”

“아브레우-석유공사 연결은 텍사스대 커넥션?”

본보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국 매체 뉴스버스에 게재한 칼럼을 전재한다./편집자주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국정브리핑 발표 이후 국내외에서 갖가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켜온 동해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제기되는 핵심 의혹 사항을 정리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아브레우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뉴스버스가 확인한 정보공개포털 부분공개 문건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수행계획(2022년 12월 작성)’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분석 평가 및 전문가 자문단에 160만달러를 지급했다. 석유공사는 이 가운데 129만달러는 분석 평가를 맡은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에게, 나머지는 자문단 등에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자료를 자세히 보면 이 기술평가 용역은 ‘제6-1광구 중부/동부 지역’에 대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우드사이드는 2007~2021년 15년간 8광구와 6-1북광구에 대한 탐사를 실시했고 중부/동부 광구는 2022년 4~8월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노르웨이 쉐어워터사와 계약을 맺고 탐사했다. 8광구와 6-1북광구의 크기는 중부/동부 광구의 3배 가량이 된다.

정리하면 129만달러를 들여 아브레우와 맺은 계약은 면적이 훨씬 작은 중부/동부 광구에 대한 분석에 국한된다. 하지만 아브레우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석유공사의 자체 탐사 자료(중부/동부 광구)는 물론 우드사이드가 15년간 탐사했던 자료(8광구 6-1북광구)도 모두 분석했다”고 밝혔다. 즉 용역 계약으로 받은 129만달러 어치보다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브레우는 이날 회견에서 “현재 2차 (분석)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추가 유망구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확보한 자료에 대해 지금도 분석을 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석유공사가 최초 중부/동부 광구에 대한 129만달러의 용역비 외에 추가로 얼마의 분석비용을 지급했는지, 또는 지급해야하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야할 부분이다. 미국 기업정보 사이트 줌인포(zoominfo)에 따르면 액트지오의 지난해 매출은 530만달러(약 70억원)로 나타나있다.

2. 석유공사, 세금 체납 1인기업 접촉과정은?

석유공사는 직원이 아브레우 1명인 1인 기업 ‘액트지오’에게 국책사업을 맡기면서 세금 체납으로 인한 법인 자격정지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평판과 실적이 있는 전문기업을 찾아 평가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 전문가’라는 아브레우의 주장을 과대평가해 개인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의심받는 부분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2023년 심해종합평가를 위해 3개 업체가 참여한 경쟁입찰을 시행했고 기술과 가격평가를 거쳐 액트지오사를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입찰을 진행하기 전 한국석유공사 관계자 2명이 휴스턴에 있는 아브레우의 자택에 찾아갔던 사실이 드러나, 공정한 절차였는지 여부도 의심받고 있다.

또 김원이 의원실이 10일 확보한 석유공사의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 평가 해외 전문가 자문계약’ 자료에 따르면 아브레우의 평가를 자문한 전문가 3명이 모두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본교의 지질과학대학 소속 교수들이다. 국책사업의 자문을 같은 대학 교수들이 독차지하는 것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자문교수 중 리더격인 데이비드 모리그 교수가 지난 2003년 아브레우와 공동으로 앙골라 연안 심해광구 연구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석유업계 전문가는 뉴스버스에 “텍사스대 오스틴 본교 출신의 한국석유공사 과학자가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내부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학 출신의 석유공사 소속 지질 과학자 A씨는 모리그 교수의 제자로 2018년 공동 논문을 발표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도 최근 김한규 의원실 질의에 “(공사 직원이) 2년 전인가 미국의 한 학회에서 퇴적학회장 출신의 아브레우 박사를 만났고, 이 분이 심해시추에서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뉴스버스는 모리그 교수에게 석유공사 자문단 선정 경위와 아브레우 박사 및 석유공사 A 학자와의 관련성 여부 등을 묻는 이메일 질의를 보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석유공사가 간단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자격 법인을 선정한 이번 입찰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모리그 교수와 아브레우, 석유공사 A 과학자를 연결하는 ‘텍사스대 커넥션’의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섭 전 석유공사 사장도 현재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인근에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 성공 가능성 20% 근거는 과연 무엇?

윤 대통령과 산업자원부, 아브레우 박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석유 시추 가능성 20%의 근거는 무엇일까?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개발에 성공한 유정 인근에 위치한 이른바 ‘개발 유정(development well)’도 아닌, 새롭게 탐사해 지질구조를 확인한 ‘탐사 유정(exploratory well)’의 시추 성공률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브레우 박사는 지난 7일 회견에서 “이번에 도출된 유망구조들의 시추 성공 가능성은 20%로 세계 최대 프로젝트인 가이아나의 16% 보다 높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가이아나는 지난 1967년 첫 시추를 시작해 2015년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됐으며, 최근 이르판 알리 대통령에 따르면 인근 ‘개발 유정’에 대한 시추 성공률은 80%를 넘어섰다.

세계적 에너지 분석기업인 웨스트우드 글로벌 에너지그룹이 지난 4월 24일 발표한 유정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심해 유정 시추 성공률은 평균 21%로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성공률 21%는 유망 지질구조와 함께 탄화수소 흔적이 있는 ‘하이임팩트 유정(High-Impact well)’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아브레우와 석유공사, 산자부는 20%의 성공 가능성을 자신있게 말하면서도 이에 대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아브레우는 “(동해 유망구조들에) 석유와 가스가 3 대 1의 비율로 매장돼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장 그럴만한(very likely)’ 수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평균치를 의미하는 듯한 이 발언 때문에 시추 성공률도 전세계 평균인 21%를 적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브레우 박사가 발견했다는 7개의 유망구조에서는 아직 탄화수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공가능성 20%를 제시한 과정 역시 추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할 의문이다.

4. 우드사이드는 왜 유망성 평가없이 철수했을까?

지난 2023년 1월 한국에서 공식 철수한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가 동해 유전개발 사업에서 손을 뗀 이유에 대해 한국석유공사는 “다른 에너지기업 BHP와의 합병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해외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철수가 결정됐다”면서 “이 때문에 이미 탐사해놓은 자료에 대한 유망성 평가를 하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우드사이드가 남겨놓고 떠난 방대한 자료를 평가하는 대신 예산을 들여 우드사이드가 탐사하지 않은 동해 6-1 동부/중부 광구에 대한 자체 탐사에 나섰다. 우드사이드의 2022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3년 1월 공식 철수를 발표했지만 2022년 초부터 철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2022년과 2023년 2차례에 걸쳐 노르웨이 쉐어워터사와 계약을 맺고 탐사에 나섰고 해당 자료 가운데 동부/중부 광구에 대한 분석을 2023년 2월 액트지오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만약 우드사이드가 2019~2021년 탐사한 자료를 분석하지 않고 떠났다면 이를 이관받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효율성이나 예산절감 차원에서 당연한 결정인데 다른 광구를 찾아 나선 셈이다.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우드사이드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이미 탐사해 확보한 자료를 인수합병을 이유로 평가도 하지 않고 ‘전망 없음’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드사이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10년간 탐사해온 세네갈 상고마르 유전에서 하루 10만배럴의 석유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 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우드사이드사의 탐사자료는 지난 4월에야 이관된 것으로 나와 있어 이 자료를 분석했다는 석유공사의 설명과 배치된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우드사이드에서 자료를 이관받은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자료가 옮겨졌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자료를 계속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