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취재 안하는 언론사가 존재하는 이유?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 151호

애틀랜타 K 뉴스를 창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애틀랜타한인기자협회를 만들자는 주변 기자들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지역 한인기자 가운데는 가장 오랜 경력을 지니고 있어 회장을 맡으라고 추대해 얼떨결에 기자협회장이 됐습니다.

하루 20시간씩 일하며 새로 출범한 애틀랜타 K 뉴스를 제 궤도에 올리려고 노력하던 시기여서 협회 조직 자체가 부담이 됐지만, 자칫 ‘영주권의 볼모’가 되기 쉬운 한인 기자들의 권익을 향상하고 열악한 취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대의에 동참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한인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비협조’의 연속이었습니다. 한 언론사는 노골적으로 기자들의 조직화를 반대하며 가입을 막았고, 다른 언론사는 회사 차원에서 허락해주지 않아 가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심지어는 “애틀랜타 K가 광고 수주하려고 기자협회를 만든 것 아니냐”는 악의적인 공격까지 받았습니다.

이같은 견제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닥치면서 한인기자협회 활동은 전무해졌고, 오히려 애틀랜타 K 일에 전념해 자리를 잡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저를 기자협회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의 발빠른 취재와 연이은 단독 보도를 통해 애틀랜타 K 뉴스가 한국 언론은 물론 주류 언론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한 한인언론사 기자가 본보 취재기자에게 “그쪽 대표가 기자협회장 자리를 이용해 많은 정보를 얻은 것 아니냐”는 취지의 공격을 했다는 것입니다.

협조해 달라고 할 때는 모른 척해서 협회를 우스운 존재로 만들더니,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갑자기 기자협회에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포장하니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소수계인 한인 대상의 총격사건을 경찰이나 관공서 접근도 못하며 맨땅에서 취재하는데 기자협회장 타이틀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억울하면서도 분한 악의적인 공격이지만 부러워서 그랬겠거니 하며 넘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취재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이 말은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제 한인 언론사가 취재할 만한 행사는 꼭 2건이 있었습니다. 아침 9시에 열린 도라빌 경찰과의 커피 행사와 오후 3시 클레이턴카운티 존스보로시에서 열린 한복전시회입니다. 이른 시간이었는지 오전 9시 행사는 본보 기자만 취재를 했습니다. 기대했던 기자들이 아무도 안오니 혼자 참석했던 저희 취재부장이 귀빈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신문사는 사진을 제공받아 참석한 것처럼 기사를 먼저 내보냈더군요.

오후 3시 행사는 한인타운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어이서 그랬는지 본보 기자와 다른 한인신문사 기자 등 2명만 참석했습니다. 역시 주최측에서 사진을 제공받았는지 그럴 듯하게 기사를 쓴 곳이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행사 참석자들이 실제 했던 말이 아닌 전혀 엉뚱한 말로 기사를 작성해 취재를 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실토했습니다. 또한 한 한인신문은 한인 교계의 부활절 예배를 보도하면서 단 한곳도 참석하지 않고, 대신 사진을 제공받아 마치 참석한 것처럼 종합기사를 작성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기자협회장 자리를 이용해…” 운운하던 언론사는 단 한곳도 취재를 오지 않았습니다. 로컬 신문사가 로컬 취재를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장에 나서지도 않으면서 다른 언론사의 보도를 시샘한다면 자신들만 우스워질 뿐입니다. 언론사는 광고를 받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공익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취재하고 제대로 보도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기자협회를 구성해 후배 기자들과 이런 얘기들을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