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슈빌 시청 불타고…연방빌딩까지 공격

미국 전역서 항의시위 격화…시위중 총격사망자도 나와

백악관·뉴욕·LA·시카고 등 30개시 충돌…25곳 통행금지

주방위군 투입 13곳으로 늘어…AP “3일간 1383명 체포”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관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각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주말인 30일(현지시간)에도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미 전역에서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며 닷새째 전국적으로 항의 집회가 열렸다.

최소 30개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16개 주의 25개 도시가 통행금지 조치를 취했고, 12개 주와 워싱턴DC에 주 방위군 투입이 승인됐다고 CNN이 전했다.

AP통신은 28일부터 경찰에 체포된 인원이 1383명이라고 전했다.

행진 등으로 평화롭게 시작한 시위는 폭력을 자제해달라는 당국의 호소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곳곳에서 폭력과 방화, 약탈 등으로 얼룩졌다.

이날까지 총격으로 최소 3명이 숨졌으며, 1400명 가까이 경찰에 체포됐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는 시위대가 30일 내슈빌 시청 및 법원(historic courthouse) 건물에 침입해 불을 질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곧바로 진압에 나섰지만 내부 시설과 자료들이 소실됐다. 존 쿠퍼 내슈빌 시장은 이날 오후 8시부터 통행금지령을 발령했고 최소한 28명이 체포됐다.

시청 안에 불을 지르는 모습/Metro Nashville PD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대통령 비밀경호국(SS) 차량 3대를 파손하고 차 위에 올라가 ‘흑인 생명은 중요하다’, ‘정의 없인 평화도 없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상점과 사무실 창문을 부쉈고, 로널드 레이건 연방 빌딩과 국제무역센터 건물이 공격받기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물병이 날아가고 경찰은 체포에 나서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경찰차가 시위대를 밀어붙이는 SNS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 사안을 조사하겠다면서도 경찰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시내 중심가 도로가 폐쇄된 상황에서 시위대가 주의회 의사당과 경찰서를 향해 행진했다.

폭도들에 의해 파괴된 내슈빌 시청/Metro Nashville PD

뉴욕에선 경찰차가 시위대를 밀어붙이는 SNS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이 사안을 조사하겠다면서도 경찰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평화로운 행진으로 시작한 시위가 경찰의 제지에 막히면서 충돌이 빚어져 경찰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차가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밤 LA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LA에 배치해달라는 에릭 가세티 LA시장의 요청을 승인했다.

시카고 시내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뒤 망가진 경찰차 위에 시민들이 올라가 있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왔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시위대가 시 청사 앞에 있는 전 시장의 동상을 밧줄로 묶고 불을 붙이고, 경찰차를 비롯한 차량 여러 대도 불길에 휩싸였다.

시애틀에서는 경찰차에서 소총 2자루가 도난당했다가 현지 방송국 경호직원이 시위대로부터 되찾아오기도 했다.

시청 유리창을 부수는 모습. Metro Nashville PD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플로이드가 체포됐던 자리에 사람들이 모여 헌화하고 길바닥에 추모 그림을 그리며 집회를 했다.

인디애나폴리스 도심에서는 이날 시위 과정에서 “여러 건의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시위와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은 전날 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의 계약직 보안 요원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며 이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또 다른 국토안보부 직원도 부상해 위중한 상태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전날 밤 21세 남성이 신원 불명의 차에 탄 용의자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도 전날 밤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경찰관 5명이 부상하고 상점 10여개가 약탈당했다.

시위가 폭력 사태로 비화하는 양상이 이어지자 미네소타·조지아·오하이오·콜로라도·위스콘신·켄터키 등 9개 주와 수도 워싱턴DC는 치안 유지를 위해 주 방위군을 배치하거나 출동을 요청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네소타주 공안국은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의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이날 밤부터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주 방위군과 경찰의 지원의 받아 치안 인력을 3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약탈당한 상점/Metro Nashville PD

또 미네소타주 교통국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미니애폴리스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들을 폐쇄했다.

뉴욕경찰(NYPD)은 전날 밤 경찰관 4명이 타 있던 경찰 승합차에 화염병을 투척한 사람을 포함해 화염병 사건에 연루된 시위 참가자들을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에서 이날까지 최소 120명이 체포됐고, 파손된 경찰차는 15대를 넘어섰다.

취재진 수난도 속출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한밤중 경찰이 500명가량의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로이터TV 소속 2명이 고무탄에 맞아 다쳤다.

현장 카메라에는 경찰이 취재진을 향해 고무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담겼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뉴욕에서는 허프포스트 기자 한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가 31일 풀려났다.

대형마트 타깃(Target)은 미네소타,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국 전체의 9%에 달하는 13개 주의 175개 점포를 일시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