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홍수, 가뭄 등을 일으키는 ‘엘니뇨’ 현상이 지난달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미국 기상 당국이 발표했다.
연방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는 8일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하고 “엘니뇨 조건이 현재 존재하며, 이는 2023∼24년 겨울까지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그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지구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일어난 바 있다.
CPC는 지난달 적도 지역 태평양 전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예년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약한 엘니뇨 조건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NOAA는 엘니뇨 현상을 설명하는 블로그에서 지난주 적도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0.8도 이상 높은 수치가 측정돼 이례적인 온도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관의 기후학자들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엘니뇨가 올겨울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 강력한 사건으로 심화할 가능성을 56%로, 그보다는 온건한 수준이 될 가능성을 약 84%로 예상했다.
적도 부근에서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따뜻해지면 동쪽에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정상적인 대류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태평양 중부와 동부에 대류가 집중돼 이 지역의 바다와 대기 온도가 더 따뜻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는 또 대기 상층의 제트기류 흐름에 영향을 주는데, 겨울에 북태평양 제트기류가 확장하면 미국 남부를 가로지르면서 더 많은 폭풍우를 몰고 오고 북미 지역 북부에는 더 따뜻한 공기를 가져온다고 학자들은 설명했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지난달 3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WMO는 태평양 적도 지역 바닷물이 평상시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2020년 9월 발생해 3년 만에 끝났다고 진단했다. 대신 이 지역으로 고온의 서태평양 해수가 몰려드는 엘니뇨 남방진동(ENSO) 현상이 커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WMO는 “지난 3년 동안 라니냐로 인해 지구 기온 상승에 일시적인 제동이 걸렸는데도 우리는 기록상 가장 따뜻한 8년을 보냈다”며 “엘니뇨가 발생하면 온난화는 가속화하고 지구 기온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니뇨와 온실가스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2016년이 기록상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였는데, 다시 엘니뇨가 도래하면서 이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벌써 덥고 건조한 날씨의 징후가 나타나면서 세계 식품 생산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엘니뇨가 사탕수수와 커피 등 농작물 재배와 식품 생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미국에서 엘니뇨 보고서가 나온 직후 금융시장에서 설탕과 커피의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