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 일부와 카카오톡 대화 등 생전 정황이 공개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회사 측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매일신문의 지난 27일 보도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9월15일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에 이르는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에는 “사는 게 너무너무 피곤하다”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그는 장례식을 야외에서 파티처럼 치러 달라는 부탁과 함께 힘들었던 속내를 토로하고 있다. 또한 “등이 찢어질 듯 아프고, (명치가) 벌어질 듯 고통스럽다”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고통을 호소했다.
오 씨를 괴롭힌 이들로 지목된 인물들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인간관계 다 그런 거라고 하셨죠? 항상 그렇게 사십쇼”라고 노골적인 비판의 메시지를 남긴 대목도 눈길을 끈다.
보도에 따르면, 오 씨는 동료로부터 오보를 뒤집어씌우거나 퇴근 후 재출근하라는 지시를 받는 등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오 씨가 이를 MBC 관계자 네 명에게 알렸으나 별다른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 씨의 정신과 진료 차트 일부와, 선배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메시지 내용에서 오 씨는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는 반면, 상대는 “회사로 다시 와라”라거나 “여기 혼자 일하냐”는 말투로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 씨의 지인들은 SNS를 통해 해당 피해 사실을 알리고, MBC와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들에게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과 MBC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 씨는 2021년 5월 MBC 기상캐스터로 합격해 두 해 남짓 근무한 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이제야 뒤늦게 알려진 오 씨의 죽음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과 회사 측 대응 부재 여부를 둘러싼 공론화가 계속될 전망이다.
지인들은 오 씨가 생전에 거듭 밝혔던 피해 사실에 대해 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