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건 유출, 허술한 기밀관리 탓?…접근권 보유자 125만명

가디언 “미국이나 러시아 측 책략보다 부실 관리에 무게”

“10월 디스코드 게임서버에 첫 등장…과시하려 올린 듯”

디스코드 배너
디스코드 배너 (AP=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GDC)에 설치된 디스코드 부스의 모습. 100쪽에 이르는 미군 기밀문건이 디스코드의 소그룹 게임서버에서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이 대량으로 온라인에 유출된 배경을 놓고 러시아 측의 교란작전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 ‘음모’ 보다는 미국 정부의 허술한 기밀 관리가 원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밀문건의 최초 유포 시점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래된 작년 10월로 추정되며, 게임·무기 관련 소그룹 채팅서버에 먼저 올라온 점과 이후 본격적으로 퍼지기까지 시간이 걸린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미군 기밀 접근권한을 가진 누군가가 별다른 이유 없이 과시용으로 유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이번 유출로 미국 정부가 얼마나 부주의하게 기밀을 취급하는지 드러났다면서, 이는 러시아의 해킹이나 미국의 의도적인 허위정보 유포 같은 일각의 의혹보다 더 걱정스러운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배후라기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상황이나 한국·이스라엘 등 동맹국에 대한 도청 정황 등 미국에 불리한 내용이 많고, 러시아의 책략으로 보기에는 유포경로 등 알려진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유출된 기밀문서가 처음 온라인에 등장한 시점이 약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로 추정된다고 탐사보도매체 ‘벨링캣’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총과 방탄복 관련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의 팬 서버에서 만난 몇몇 게이머들이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터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이라는 이름의 채팅서버를 개설했는데 이곳에서 문제의 기밀문서가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서버의 전 이용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 한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 19명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의 채널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첫 번째 기밀문서를 게시했다.

일부 이용자가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이자 이 유출자는 더 많은 문서를 올렸지만 당시에는 그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약 5개월 뒤 이들 가운데 미국인 10대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해당 문서를 다른 디스코드 서버에 퍼뜨렸고 여기서부터 ‘마인크래프트’ 게이머들을 거쳐 포챈(4chan)과 텔레그램 등으로 퍼져나갔다.

‘벨링캣’의 연구원 아릭 톨러는 “해당 서버 이용자 등 유출된 문건이 올라온 것을 지켜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러시아가 배후일 가능성은 없었다”면서 “이용자들은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 ‘콜오브듀티’ 게임을 하고 음성채팅을 하며 밈을 공유하는 젊은 층이었고 일부는 10대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해당 문서가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의장을 비롯한 미군 수뇌부 보고용으로 지난 겨울 동안 작성된 문건으로 보이지만 보안 승인을 받은 다른 미군 인력과 계약자들도 열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국(DNI)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정부의 일급비밀 자료를 읽을 수 있도록 허가받아 접근권한을 가진 사람은 125만명에 달했다.

가디언은 “이번 유출 관련 증거들로 미뤄 볼 때 최초 유포자는 미군 기밀 접근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게임과 무기 애호가로 보이며 다른 이용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것 외에 더 복잡한 동기를 가지고 유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