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체, 생산방식도 바꿨다

반도체 대란에 50년만에 재고감축 위한 ‘적시생산’ 방식 재검토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파로 ‘적시 생산'(JIT·Just In Time)으로 상징되는 공급망 관리에서 50여년만에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저널은 코로나19 이후 수요의 급등락과 여러 이례적인 일을 겪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필요한 때에 필요한 부품을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본 가정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이례적인 일 가운데 전세계 자동차 업체에 현재 공통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 2월 텍사스를 덮친 겨울 폭풍으로 운전대나 좌석 틀을 만들기 위한 합성수지의 공급도 달려서 한동안 자동차 생산에 큰 어려움을 줬다.

이와 관련해 닛산 자동차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아슈와니 굽타는 “적시 생산 방식은 공급망의 효율성 제고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설계됐다”면서 “코로나19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여파로 현 공급망 모델의 취약성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적시 생산은 부품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도요타 자동차가 1970년대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구축,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연생산 등 유행어를 낳으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퍼져나갔다.

이는 조립라인으로 유명한 포드시스템을 구축한 포드자동차의 헨리 포드가 1920년대 자동차는 물론 광산부터 철 제조까지 함께 하던 수직 통합 경영이 그의 사후 외부에서 원재료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전환된 데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미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중요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서 일부 하청 업체에 일정 수준의 재고 확보를 요구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해왔다고 저널은 전했다.

예컨대 도요타의 가장 큰 공급업체인 덴소의 경우 2011년에는 38일치의 공급분을 갖고 있었으나 2020년에는 50일치로 늘어났다.

공급이 빠듯한 반도체나 배터리가 중요한 전기차 시장의 확산도 이런 추세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배터리 자체 조달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폭스바겐은 6개의 배터리 공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이런 흐름은 테슬라에서 한층 더 뚜렷하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로 부르는 배터리 공장은 물론 직접 리튬 광산에서 원재료를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저널은 효율적이던 자동차 공급망이 50여년만에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여파의 영향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자동차의 북미 본부[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