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 넘기며 창당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2022년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집권 여당으로 부상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 사태로 촉발된 조기 대선이었다. 국민의힘은 극도로 불리한 구도 속에서도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며 보수 결집을 시도했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8.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 후보 교체 시도·내홍 노출…‘자충수’ 자초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김문수 후보에 대한 ‘교체 시도’가 꼽힌다. 당 지도부는 선거 한 달여를 남기고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 교체를 시도했으나, 강력한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당의 리더십과 전략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보수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단일화를 전제로 한 당권 거래설까지 퍼지며 내부 불신은 극에 달했고, 결국 단일화는 불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실패’도 결정타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도중 자진 탈당했지만, 이후에도 공개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며 당에 부담을 안겼다.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실패했고, 당은 명분 싸움에서 밀렸다.
◇ 계파 분열·당권 공백…존립 위기론까지
대선 패배로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계파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당권 다툼이 예고된 가운데, 내부 분열이 당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탈당과 이준석 후보의 보수진영 외곽 행보는 당 밖 원심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재편 논의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의 의석은 107석에 불과하다. 여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만 간신히 유지한 채 사실상 ‘견제 불가능한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보수의 가치가 사라졌고, 당의 정체성도 무너졌다”는 위기감마저 제기되고 있다.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든 지지 기반 위에서, 다시 원점부터 당의 존재 이유를 묻는 재정립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