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미국 대법원을 중심으로 여성의 낙태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임신하지 않았는데도 미리 경구용 낙태약(임신중절약)을 구매해두는 미국 여성이 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임신 13주 이내 및 임신 전 여성들에게 낙태약을 제공해 온 원격의료기관 ‘에이드 액세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문이 사전 유출된 2022년 5월을 기점으로 비임신 여성의 낙태약 구매는 하루 평균 25건에서 118건으로 급증했다.
이같은 분석 결과는 이날 발간된 ‘미국의학협회저널-내과학'(JAMA-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이 수치는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늘기 시작해, 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두고 미국 각지 법원들이 엇갈린 판결을 내놓으며 논란이 커진 2023년 4월께 정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에이드 액세스에 들어온 비임신 여성의 낙태약 구매 요청은 총 약 4만2000건으로, 하루 평균 118건이었다.
낙태 반대론자들이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제한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를 앞두고 있다.
지난 달 대법원은 먹는 낙태약 판매 문제와 관련해 검토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임신 여성의 낙태약 구매율은 이미 낙태가 금지된 주보다 금지 여부를 논의 중인 지역에서 더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에 따르면 낙태약 구매 이유를 묻는 말에 대부분 여성들은 “개인적인 건강과 선택권을 지키기 위해”, 또는 “가능한 낙태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이 문제에 분명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낙태권이 사라지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위협을 지켜보며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태약을 구매해 간 비임신 여성 중 설문에 응답한 937명 중 대부분은 아직 약을 먹지 않은 채 가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58명이 약을 먹었고 55명은 다른 이에게 약을 줬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여러 법률 전문가들은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도 비임신 여성에게 낙태약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낙태 규제법에는 낙태약 제공자가 해당 여성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에 임신 전 여성에게 약을 제공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주에서는 약 제공자가 해당 약이 미래의 임신을 중절시키는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점에서 낙태약 판매의 법적 근거가 취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