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엔/달러 환율이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54.87엔까지 올랐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는 1990년 6월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NHK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지난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계자가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한 발언을 하면서 미일 금리 차로 인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를 당분간 인하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2일만 해도 140엔대였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달러당 154엔대에 진입했다가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한때 153엔대로 내려갔다.
이후 중동 정세에 대한 경계감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다시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아울러 엔/유로 환율도 이날 오후 한때 165엔 후반대까지 올라 2008년 8월 이후 1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NHK는 “유럽 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조기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소했다”며 유럽과 일본 금리 차가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고 짚었다.
한편,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환율 흐름에 대해 “높은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며 “각국 관계 당국과 긴밀히 의사소통하면서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엔저 추이에 우려를 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례적 엔화 약세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시장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했고, 달러당 155엔이 개입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미일 재무장관들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첫 3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