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코로나 병상부족…한국서 배우자”

중증환자-고령층 치료에 집중…확진자 분류체계 주목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증환자 및 고령층 치료에 집중해 병상 부족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만명을 넘어선 미국이 심각한 인공호흡기 및 병상 부족을 겪고 있다며 그 해결책으로 한국의 확진자 분류 체계와 의료시스템에 주목했다.

◇ 한국 치명률 1.17%…독일 제외 세계 최저 수준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총 8897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104명이 사망했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은 1.17%로 독일을 제외하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WSJ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병상을 기다리는 동안 숨진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모두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 또한 의사나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WSJ은 그 이유로 세계 평균을 훌쩍 웃도는 1인당 병상 수와 코로나19 확진자를 네 가지로 분류한 방식, 그리고 정부 주도로 일원화된 의료보험 체계를 들었다.

◇ 한국 1인당 병상 수 OECD 평균 3배

우선 2017년 기준 한국 병원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7개)의 3배에 달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1000명당 3개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가장 위중하거나 고령층만 병원에 입원시킨 것도 사태를 반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은 1000명당 병상 수가 4배 이상이지만, 2월 말 감염자 수가 폭증하자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 확진자 4가지로 분류…중증 이상만 입원시켜

보건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월1일부터 모든 코로나19 확진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중단했다.

대신 대한의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무증상 △가벼운 증상 △심각한 증상 △위중 환자로 나눠, 심각 이상(열 37.8도 이상·호흡곤란·50세 이상)만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택했던 방식으로, 조사 결과 확진자 중 약 20%만 심각 혹은 위중 증상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이중에서도 10%의 환자만 중환자실에서 24시간 치료를 받게 했고, 치사율을 낮출 수 있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증상이 가볍거나 50대 이하의 환자들은 퇴원시켜 삼성생명이나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이 제공한 수용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그러자 병상 부족 문제는 빠르게 해결됐다. 3월8일만 해도 대구 전체 환자의 약 40%에 해당하는 2200여명이 병상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2주 후 그 숫자는 124명으로 줄었다.

◇ 단일 건강보험 체계, 코로나19 확산 막아

정부 주도의 단일한 의료시스템도 한국 전체로의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고 WSJ은 전했다. 민간회사가 의료보험을 운영하는 미국과 달리 일원화된 건강보험 체계가 대규모 검사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대구 이외 지역 코로나19 발병을 억제해,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췄다는 분석이다.

의료물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의료진들의 희생도 한몫했다. 보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이 부족했던 초기와 달리, 현재 한국에서는 정부가 제공한 장비로 7~10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마스크(8시간 이상)와 보호복(2시간 이상)을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는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의료진 감염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별관 비상대책본부 앞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벽면 가득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