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LG화학 “돌아올 없는 강 건넌다”

SK “LG, 패소 땐 새로운 국면”…LG “묵과하지 않겠다”

전날까지 화해 시도했지만 무산…양측 감정의 골 깊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대해 전기차용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LG화학 측은 자사에 대한 사과 없이 적반하장 식으로 대응하면 법적 분쟁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한 대응에 나섰다.

30일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배터리 특허를 침해한 LG화학과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 LG화학에서 배터리 셀을 공급받는 LG전자 등을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이로 인한 영업 및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LG화학이 밝힌 지난 1분기 말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110조원에 달하는데, 이 매출의 상당수가 자사의 특허 침해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이 자사를 상대로 ITC에 제소한 인력·기술 유출 소송을 원만하게 풀려고 했지만, LG 측이 외면하자 이번 소송을 추진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같은 한국 기업끼리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대승적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기에, 자신들도 부당한 부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회장이 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해 있다. 2018.09.18.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걸 알고 있었다”며 “국내 기업간 선의의 경쟁으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LG화학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등 사태가 강대강(强對强) 대결로 치닫는 모습도 보인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언론에 밝힌 입장을 통해 “LG화학이 (자사 특허를 침해한) 생산 방식을 단기간 내 바꾸는 건 어렵기에 이번 제소 결과에 따라 LG의 배터리 사업이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LG화학이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아니면 말고식 소송’이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이날 입장문 말미에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했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모양새다. 양측은 전날(29일)까지도 그룹 고위층부터 실무진까지 화해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LG화학 측은 자사가 특허를 침해했다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LG의 배터리 관련 특허 수가 SK보다 14배 이상 많을 정도로 양사의 격차가 크고 투자 규모도 훨씬 많은데 어떻게 SK의 특허를 가져다 쓸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LG화학은 이날 반박 입장문을 통해 “3월 말 기준 국제특허분류에 등록된 LG화학의 특허 건수는 1만6685건으로, SK이노베이션의 1135건보다 14배 이상 많다”며 “연구개발비도 저희는 지난해 1조원 이상 투자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2300억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먼저 LG화학의 인력과 기술을 빼간 SK이노베이션에 책임이 있는데, 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대화를 시작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소송 제기 방침을 밝힌 것도 LG화학이 제소해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본다.

LG화학 관계자는 “그 동안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이에 따른 보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이 밝힌 제소 방침에 대해선 추가적인 법적 조치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동안 여러 상황을 고려해 기존에 ITC에 제기한 소송 외에는 SK이노베이션의 특허권 침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데, 이렇게 적반하장 식으로 대응한다면 법적 분쟁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LG화학 측은 “막대한 투자와 연구로 축적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하는 게 진정한 글로벌 소재 기업을 육성하는 지름길”이라며 “후발 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을 활용하는 게 용인된다면 어느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는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