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K 기념 애틀랜타 찾은 바이든, “민주주의 위기…투표권 수호”

기밀문서 유출 논란 속 애틀랜타 방문…”민주주의와 독재 사이 선택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애틀랜타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기념일을 앞두고 애틀랜타를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며 투표권 수호를 비롯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킹 목사 기념일 전날인 15일 애틀랜타의 역사적 흑인교회인 에벤에셀 침례교회를 방문하여 “세계는 다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킹 목사가 시무하던 곳으로 현재는 라파엘 워녹 연방상원의원(민주)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에벤에셀 교회 주일 예배에서 연설하는 최초의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겸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것들이 위기에 처했고,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라며 “우리는 민주주의냐 독재냐의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킹 목사가 했던 것과 동일하게, 나 역시 이를 되풀이해야만 한다”면서 “이제는 미국의 영혼을 구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63년 킹 목사의 ‘나의 꿈’ 연설을 거론하며 “미국의 영혼은 무엇인가. 이는 우리가 모두 자유와 정의를 누리는 것이고, 이는 여전히 우리의 임무”라며 “여전히 이것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킹 목사의 이상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실행하고 투쟁해야 한다”며 “이는 희망과 두려움 사이의 투쟁이고, 친절함과 잔인함 사이의, 공정과 불공정 사이의 싸움, 극단주의 인종주의와의 전쟁”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흑인 투표권을 위해 싸웠던 킹 목사의 유산을 언급, 민주당이 지속해서 연방 차원의 입법을 추진해 왔지만,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투표권 확대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비교적 짧은 연설을 마치며 그는 자신의 집무실 벽난로 양 옆에 킹 목사와 민권 운동 선구자인 로사 파크의 흉상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나는 세 가지 일을 하기 위해 대통령에 출마했다.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고 이 나라를 밑바닥부터 재건하여 재결합 하기 위해서다”라고 전했다.

이어 “국가에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함께 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다.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은 꿈꾸는 자들의 땅이자 행동하는 자들의 땅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연설은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로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곤경에 처한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미국 언론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엿새 앞둔 시점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사무실에서 부통령 재임 시절 기밀문서를 발견해 검찰이 조사 중이라고 지난 9일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어 윌밍턴 자택에서 또 다른 기밀문서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와 별도로 추가 문서 존재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며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법무부 수석차관보와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전직 검사인 한국계 로버트 허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전격 임명해 수사를 맡겼다.

바이든 대통령의 애틀랜타 방문은 지난해 1월 애틀랜타 흑인대학을 찾아 선거개혁법안의 통과를 촉구한 이후 1년만이다.

이날 예배에는 존 오소프 연방 상원의원과 앤드류 영 전 대사, 안드레 디킨스 애틀랜타 시장, 케이샤 랜스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 루시 맥베스 연방 하원의원, 행크 존슨 연방 하원의원, 마이클 서몬드 디캡 CEO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