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시내 한 호텔에 미래 인공지능(AI) 연구를 이끌 국내외 신진 인공지능(AI) 연구자 1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20일 개막한 최대 규모 AI 학회,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회(CVPR) 2023’을 하루 앞두고 LG가 마련한 ‘LG AI데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AI 연구자와 LG그룹의 AI 관련 비전을 공유하고 네트워킹을 넘어 인재 채용까지 염두에 둔 LG AI데이가 해외에서 열린 건 이번이 세 번째다. LG그룹은 지난해 CVPR에서 처음 AI데이를 개최한 이후 ‘인터스피치’, ‘뉴립스(NeurIPS)’ 등 주요 AI 학회에서 네트워킹 행사를 꾸준히 진행했다.
◇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도 지원…MIT 졸업생도 입사 ‘화제’
테이블당 LG그룹 임직원 2~3명과 연구자 7~8명으로 이뤄진 14개 테이블에선 LG의 AI 연구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는 임직원들과 LG의 연구 방향, 문화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는 연구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저녁을 곁들인 테이블에서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연구자들은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와는 또 다른 색채를 갖는 LG도 AI 연구자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연구자들만 모인 한 테이블에선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졸업생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입사 제의를 고사하고 지난해 3월 설립된 LG AI연구원 미시간 리서치센터에 직행하기로 결정했다는 후일담이 화제에 올랐다. AI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사연이 이미 입소문을 탄 듯 했다.
김광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사과정생은 “MIT 졸업생이 LG에 입사하기로 한 이유로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적극 지원해 준 점을 꼽았다고 들었다”며 “기업이 원하는 연구와 연구자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함께 지원한다는 점에서 LG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LG전자 등 개별 소비자와의 접점이 있는 계열사들도 AI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인다는 점도 연구자들 시각에선 또 다른 장점이었다. 자신의 연구가 사람들에게,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연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생은 “LG는 기업 개인 간 거래(B2C)에 대한 AI의 비전을 소개하는 데도 주력한다”며 “연구가 어떻게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지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고 했다.
◇ 연구·논문만큼이나 소중한 ‘네트워킹’
연구자에게 LG AI데이와 같은 행사는 평소 같은 분야 연구자들을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연구나 논문만큼 소중한 기회였다.
윤석민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빈 자예드 인공지능 전문대학원(BZUAI) 박사후연구원은 “KAIST 졸업 후 한인 과학자들과 네트워크 형성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서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나면 학회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등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게 한층 수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 참석 인원 중 20%는 지난해 CVPR에서 열린 LG AI데이에 참석한 이들일 정도로 네트워킹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게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주최 측인 LG도 행사를 1부와 2부로 나눠 1부에는 관심 기업, 2부는 관심 연구에 따라 테이블을 섞는 등 다양한 인재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정혜인 LG AI연구원 탤런트릴레이션스 팀장은 “이번 행사는 산업에 AI가 적용된 사례같이 학생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직접 소개하고 기업과 학생 등 서로 간 교류를 통해 연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장이 됐다”며 “AI 연구 최전선 학회에서 국내 AI 연구진들의 연구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는 대표 네트워킹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