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도, SK도 배터리 상장 한 템포 쉬나

LG엔솔, GM 볼트 EV 화재·리콜 이슈에 “연내 상장 여부 오는 10월까지 결정”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흑자, ‘분사설’은 강력 부인…SK “내년 상장은 어려워”

LG, 삼성, SK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하거나 분사 후 상장을 추진하는 등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한국 배터리 3사도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투자금 확보가 공통 과제가 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매출 9조3851억원, 영업이익 1조655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소송 합의금 1조원과, 약 4000억원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교체 비용 등 일회성 수익과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상반기에만 약 4000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비록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한 GM 볼트EV 화재에 따른 리콜 비용이 최대 18억달러(약 2조1402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면서 LG 측이 부담해야 할 충당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른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SDI도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상반기 매출 6조2974억원, 영업이익 428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삼성SDI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영업이익은 171% 각각 증가한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이 회사의 외형 성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소형 및 중대형 배터리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솔루션’ 부문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생산하는 ‘전자재료’ 부문 등 2개 사업부문을 두고 있는데, 에너지솔루션 사업 부문 매출이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특히 삼성SDI가 3분기부터 공급하겠다고 밝힌 젠(Gen)5 배터리에 힘입어 올해 전체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젠5에는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양극재를 기반으로 에너지 밀도가 20% 이상 증가하고 1회 충전 시 6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삼성SDI의 차세대 주력 배터리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젠5 배터리는 헝가리 신규 라인에서 차질없이 준비 중”이라며 “3분기부터 BMW를 필두로 공급할 예정이며 4분기부터 자동차 전지 매출 신장에 기여가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BMW, 폭스바겐 등 기존 고객사뿐만 아니라, 스텔란티스(Stellantis), 리비안(Rivian) 등 신규 고객사와 대형 계약 성사를 발표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지난 6월 미국 현지 생산기지 건설 계획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삼성SDI도 고객사와의 조인트벤처를 통한 미국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관련 업계에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행사에 앞서 K-배터리 전시장을 찾아 삼성SDI 전고체전지를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각각 자회사로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10월 1일 ‘SK배터리'(가칭)가 출범할 예정으로 SK의 배터리 사업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반기 배터리 사업 매출은 1조1564억원, 영업손실은 2740여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는 매출 20조3594억원, 영업이익 2조2717억원의 실적을 올렸는데, 여기에는 자체 사업으로 뒀던 배터리와 석유개발 실적뿐만 아니라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의 자회사 실적이 포함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공개하면서 해당 사업이 내년 흑자전환하고 2025년 이후부터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한국 배터리 3사는 외형을 성장을 거듭, 투자금 확보라는 숙제도 공통으로 안게 됐다.

LG가 지난해 12월, SK는 올해 10월 각각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투자금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리콜 이슈가 불거진 LG, 이제 막 분사해 이르면 내년 분사 가능성이 예상됐던 SK이노베이션 모두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시기를 한 템포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볼트EV 화재 이슈가 불거지자 “GM 리콜 조치 방안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올해 상장 완료 목표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를 오는 10월까지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김준 총괄사장이 지난 16일 주총에서 분사를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 내년 하반기는 (IPO가) 어려울 것 같다”며 “내년에는 영업이익을 플러스로 만들 수 있고 배터리 자체에서의 현금 창출도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보는데, 이런 부분들을 시장에 보여주고 적절한 밸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강력히 부인한 분사 가능성 보도가 나온 것도 배터리 투자자금 확보가 절실한 과제라는 배경이 있다. 삼성SDI는 화학이나 정유 등 주력 사업을 보유한 모기업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배터리와 달리, 배터리 사업 매출이 80%가 넘는 이미 상장한 배터리 기업이다. 삼성SDI 배터리 사업 분리 방안을 착수했다는 보도에 대해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이례적으로 공시까지 내고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계에 차량 등록된 승용차용 전기차 배터리는 총 126.2기가와트(GWh)로, 전년 동기대비 154% 증가했다. 이중 LG에너지솔루션이 26.2%의 시장점유율로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중국의 CATL(27.1%)에 이어 2위에 올랐으며, 삼성SDI는 5.4%로 5위, SK이노베이션은 5.1%로 점유율 6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SDI 전시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0.10.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