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초대석] 램지어 반박논문 발표한 이용식 교수

미국 법학계 최초로 램지어 주장 학문적으로 반박

“잘못된 근거, 논리적 허점으로 학문적 오류” 지적

‘인류의 보편적 인권문제’ 인식하고 재발방지 필요

법경제개발원(The Law and Development Institute) 원장인 이용식 조지아주립대(GSU) 로스쿨 객원교수가 미국 법학계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비하한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교수가 같은 대학의 일본계 나츠 사이토 교수 및 유태계 조나단 토드리스 교수와 공동으로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저널에 게재한  ‘성노예 계약의 오류(The fallacy of contract in sexual slavery)’제목의 논문은 미국 법학계에서 최초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학술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애틀랜타 K 뉴스는 이용식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번 논문의 의의와 학계의 대처방안, 그리고 향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에 발표한 논문의 의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잘못된 근거를 토대로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일본이 아니라 조선인 등 모집책에게 돌렸다. 또한 해당 논문에는 결정적인 논리적 허점이 포함돼 있다. 램지어 교수는 상호 의존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수학적 이론인 ‘게임이론’을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일제에 강점당한 국가의 피지배 주민인 여성 피해자들은 자신의 자유의지 대로 계약을 맺을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미국 법학계에서 최초로 이러한 오류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공동 저술한 교수들은 어떤 학자들인지

“나츠 사이토 교수는 각종 차별문제와 보편적인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자로 일본계 미국인이면서도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를 위해 활동하며 소녀상 건립을 강력히 후원했다고 들었다. 조나단 토드리스 교수는 성매매와 성착취 문제의 법적 문제에 대한 권위자이다. 이 두 교수에게 논문에 대한 자문을 얻고 깊은 의견을 나눴다.”

▷ 램지어 논문이 학문적으로 갖고 있는 대표적인 오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밝힌 견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 중 하나인 ‘고노담화’와 배치된다. 고노담화는 1993년 당시 일본 고노 관방장관의 ‘위안부 관계 조사결과 발표에 관한 담화’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다. 담화에 따르면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의 참혹한 것이었으며 당시 군의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이다. 일본 정부는 ‘이른바 종군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고 명백히 밝혔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와 법원, 국제사회가 모두 ‘일본 정부의 관여와 군의 강제성’을 인정했는데도 학자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발언하고 또한 위안부가 계약에 의해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본인도 이러한 계약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또한 일본군의 위안부 모집에 강압적인 방법이 없었고 조선인 모집책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식의 주장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검증된 각종 연구결과, 유엔 등 국제기구 보고서 등을 근거로 살펴봤을 때 명백한 오류이다.

▷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법률이 어떻게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주로 연구했다. 법률을 공부하는 학자이자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어 자연스럽게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에서 ‘욱일장’이라는 상도 받고 연구비 지원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자기 신념이 넘치다보니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많은 법률학자와 역사학자들이 여러 허점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논문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앞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조언은?

“위안부 문제는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보편적 인권 문제’로 앞으로 인권침해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않고 있지만 유엔 등 국제 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간의 상호 비난이 자제돼야 하고, 인권 문제에 우호적이고 선량한 일본인에게까지 감정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집단 전체에 또다른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고 본다.”

윤수영 기자 yoon@atlantak.com

이용식 GSU 로스쿨 객원교수